'고통의 반대색은 아름다움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현존의 견딜 수 없고 끔찍한 것들을 마술로 사라지게 해주는 ‘구원하는 마술사이자 능숙한 치료사는 예술’이라고 했다(한병철, ‘고통 없는 사회’).
최고의 예술은 ‘관계 맺기’이다. 끊어진 것이 이어지고 서로 이질적인 것이 조화롭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팬데믹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와 모든 것을 조각조각 분리해 놓았다. ‘고통이 없는 곳’으로 떠나는 부모와 형제의 마지막 만남의 연결도 허락되지 않는 시대를 우리는 한없이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고통을 치유해 줄 ‘삶의 예술’을 서울에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시대적 도전을 받고 있다.
서울의 도시공간구조를 ‘수변(水邊)중심’으로 바꾸자는 계획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자는 것만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자연성이 회복돼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물가’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그곳을 시민의 ‘쉼터(제3영역)’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도 서울의 ‘도시 품격’을 격상시키는 길이다. 한강에 연결된 서울의 4대 지류(支流)중 하나인 탄천과 한강이 합쳐지는 곳에 그동안 우리 서울시민이 물가에서 경험하지 못한 ‘수변·생태 체험과 문화·여가 공간’을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서울수변도시 갤러리’는 힌편으로는 새로운 영동대로 중앙광장, 코엑스를 거쳐 북쪽의 봉은공원, 서쪽의 선릉과 정릉에서 발원하는 물길을 하나의 도시공간으로 이어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조성될 종합운동장과 탄천이 하나의 도시가 되도록 입체적으로 공간을 연결하고 올림픽대로 위에 대규모 덮개공원을 만들어 한강과 도시공간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강수변에는 요트 정박이 가능한 마리나 시설과 물놀이가 가능한 풀 등을 만들어 한강에서 다시 수영을 할 수 있는 도시 여가 공간을 만든다. 도시공간과 수변 공간, 같음과 서로 다름의 모든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 길게 이어지는 단 하나의 ‘선(line)’으로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며, 입체적으로 연결해 산책하며 즐기는 ‘도시 갤러리’를 만든다. 걸어가며 만나는 모든 ‘것’과 ‘장소’는 ‘감성’이라는 언어로 가슴 속 깊이 스며들도록 만들어 갈라지고 쪼개진 사회공동체를 하나의 행복공동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감성도시 서울’이고 336km길이의 서울시의 물길을 일상생활의 중심공간으로 도시를 지속적으로 바꾸어 나가면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은 최고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성 한양은 처음부터 내수(內水)인 청계천을 도시공간의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였다. 그래서 청계천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북촌’, ‘남촌’, ‘동촌’, ‘서촌’으로 나누었다. 내사산(內四山, 동-낙산, 서-안산, 남-남산, 북-북악산)에서 발원한 25개의 지류가 청계천에 합류해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으로 흘러들어 한강과 하나가 된다. 수도 서울의 한강수변 길이만 해도 41.5km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 자치구를 스치며 흐르고 있다. 수변을 500-1000m까지로 확대해 수변도시를 만들면 어찌 서울을 능가할 만한 내륙의 인구 1000만을 가진 물의 도시가 지구촌에 그리 많겠는가? 그것도 그냥 물길이 아닌 도심 ‘국립공원’ 북한산계곡과 외사산(外四山, 용마산, 덕양산, 관악산,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구슬 같은 옥수(玉水)가 수도서울의 물길이다.
쓰레기를 부어서 흘러내리게 하다가 보기가 흉해 눈에 보이지 않도록 덮어 때로는 도로로, 한쪽에서는 오염수를 희석하여 정화하는 정화조로 취급하던 서울의 물길에서 아이들이 다시 멱을 감고 시민이 더운 여름에 걸어서 물가에서 피서를 할 수 있는 수변도시를 만드는 것이 서울이 꿈꾸는 ‘수변 중심도시’의 공간구조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이 꿈과 계획은 바뀌지 않기를 탄천수변중심의 ‘서울 수변도시 갤러리’가 증명해 주기를 기대한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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