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산 타면 1000㎉정도 소모…밥 3공기·자장면 1인분 열량
-탁구·에어로빅보다 운동량 많아…안주먹는다면 묵·두부김치 추천
-중장년층 스트레칭 무시했다간 허리·무릎통증 우려
-일교차 큰 날씨엔 저체온증 위험…오한·탈진 땐 천천히 몸 녹여줘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날이 급격히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운동도 하고 산을 오르내리며 정서적인 안정감도 찾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러나 가벼운 등산이라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스트레칭을 빼 먹고 무리했다간 허리와 무릎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저체온증 위험도 있다.
김동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봄철 운동 중 가장 주의할 것이 등산"이라며 "산을 찾는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년층인데 연령이 높아질수록 저체온증을 경험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하산 후 막걸리 말짱 도루묵= 등산은 대표적인 전신운동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서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은 근육과 근력, 지구력, 심폐기능을 강화해준다. 다른 운동에 비해 열량 소모도 많아 효과적이다. 한 번 산에 오르면 최소 2~3시간 걸리는데,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1000㎉ 내외를 소비한다.
김 교수는 "사람마다 다르고 산의 경사도 등에 따라 운동량이 달라질 수 있어 등산의 효과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면서 "개인의 체력과 신체 상태에 따라 횟수와 강도, 시간 등 등산코스를 잘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1시간 등산을 하면 몸무게 1㎏당 7.26㎉가 소비된다. 탁구(4.18㎉), 에어로빅(4.5㎉), 배구(4.84㎉), 골프(5.06㎉), 스키(5.72㎉), 자전거(5.94㎉), 테니스(6.38㎉)보다 더 많다. 70㎏인 사람이 등산을 통해 소비하는 시간 당 에너지는 508.2㎉다. 등산을 2시간 한다고 치면 대략 1000㎉를 소비하는 셈이다. 이는 밥 3공기 또는 자장면 1인분에 해당하는 칼로리다. 특히 지방은 등산처럼 저중강도 운동을 장시간 지속할 때 빠르게 연소되는 만큼 다이어트 효과가 좋다.
힘들게 등산을 하고 난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등산의 묘미라 불린다. 하지만 자칫 등산으로 소모한 칼로리 이상을 섭취하면 운동효과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막걸리 한 사발(300㎖)은 150㎉, 해물파전 한 조각에 150~200㎉ 정도다. 만약 등산 후 막걸리 두 잔과 해물파전 한 조각을 먹는다면 500㎉가 넘는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등산 한 시간의 효과를 날리게 되는 것이다.
하산 후 술을 마실 경우 전이나 찌개, 삼겹살보다는 차라리 묵이나 두부김치, 수육 등 칼로리가 적은 안주를 먹는 편이 낫다. 도토리묵 한 접시(200g) 90㎉, 두부김치 한 접시(200g) 130㎉ 정도다.
◆충분한 스트레칭 필수= 산악지역은 고도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불어 평지에 비해 기온이 낮다.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는 날씨가 추울수록 긴장해 경직된다. 그만큼 부상 위험도 커진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장은 "바위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무릎에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체중이 실린다"며 "평소 운동량이 적거나 관절 노화가 시작되는 중장년층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관절과 인대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등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전신을 충분히 풀어주고 체온을 높여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자세별로 10초 이상 유지해야 조직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은 채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 근육통이 발생한다. 운동 후 24~48시간 안에 통증이 가장 심하다. 운동 후 생긴 근육통은 대개 큰 문제없이 회복될 수 있다. 발목 삠도 등산을 할 때 발생하는 부상인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파스를 뿌리거나 찜질을 하는 등 기본 처치만으로 치료를 대신한다. 이러한 처치만으로 증상이 나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뻐근한 느낌이 남아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 번 삔 발목을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해주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반복될 수 있고, 심한 경우 뼈와 연골이 분리되는 박리성연골염이 될 수 있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등산 전에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근육이 잘 놀라 등산 중 쥐가 날 수 있다"며 "등산 중 경미하게라도 부상을 입었다면 찜질이나 파스 등으로 기본 처치를 한 후 며칠 경과를 살펴보다 증상이 심해지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체온증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쳐= 등산 시엔 저체온증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평지와 온도 차가 큰 산에 오를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주로 습하고 바람이 부는 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될 때 발생하는데,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에도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심한 오한이 생기고,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면 불안, 초조, 어지럼증 등으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진다. 판단력과 시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증상이 심할 경우 의식이 희미해지며 사지마비, 심장마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뺏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먼저 환자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은 갈아입혀야 한다. 찬바람을 쏘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따뜻한 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한다. 또 팔다리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김 교수는 "과도하게 땀이 나거나 과호흡, 말초혈관 확장 등과 함께 탈진, 탈수, 열 손실 증가를 느낀다면 저체온증이 걸린 것"이라면서 "특히 노인은 근육량이 적어 추위에 노출되면 떨림 현상에 의해 열을 생산하는 반응이 저하돼있어 저체온증이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서상원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몸을 천천히 녹여주며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로 후송해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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