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①미래 생명, 엄마 없어도 아기 낳는다?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양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홍보자료.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양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홍보자료.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간은 점점 신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신은 인간의 도전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신의 침묵은 긍정일까요? 부정일까요?


2017년 4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팀은 액채로 가득 찬 비닐백에서 꼼지락거리는 새끼 양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합니다. 어미의 뱃속에서 너무 일찍 태어난 양이 '바이오백(biobag)'으로 불리는 '인공자궁' 속에서 약 4주 동안 더 머물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살이를 시작한 모습도 함께 보여줍니다.

자궁 속 양수와 비슷한 성분의 액체들로 채워졌지만 태반과 엄마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인공자궁 속에서 새끼 양은 호흡하고, 삼키고, 수영하고 꿈꾸다 깨어나 걸음마를 시작한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팀은 인공자궁 속에서 태아 양의 폐 발달은 모체 자궁 안에서 태아의 폐가 발달하는 모습과 매우 유사했으며, 하얀 솜털이 자랄 때까지 성공적인 성장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또 모체 자궁에서처럼 정상적으로 양수 호흡을 했고, 탯줄은 용기 바깥에 연결된 체외 순환 시스템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노폐물도 배출했습니다.

어미 양의 자궁이 아닌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양. 4주 정도 인공자궁에 머물면서 하얀 양털이 자라났습니다(사진 오른쪽).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어미 양의 자궁이 아닌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양. 4주 정도 인공자궁에 머물면서 하얀 양털이 자라났습니다(사진 오른쪽).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원본보기 아이콘

따뜻한 물과 소금으로 만든 양수를 채운 바이오백이 어미 양의 자궁 역할을 해준 것이지요. 태아의 폐와 다른 장기들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초미숙아의 사망률과 장애율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공자궁은 조산아 중에서도 너무 일찍 태어난 미숙아들을 살리기 위해 개발된 기술입니다. 임신 24주 내에 태어난 조산아의 생존율은 약 50%정도인데 미국에서는 매년 약 3만명 이상의 아기들이 26주 전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향후 몇 년 안에 인체 테스트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공자궁은 마치 자궁에 양수가 든 것처럼 액체가 가득 담겨진 독특한 용기입니다. 멸균상태로 내부의 온도가 조절되는 이 용기는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공급해주는 맞춤 기계와 연결돼 있습니다. 호흡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미숙아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 기능을 완성시켜주고, 그 속에서 다른 장기들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생명 탄생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셈이지요.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모체의 자궁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기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만 기계장치와 연결된 인공자궁은 아무래도 환경을 모체와 똑같이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기는 힘들겠지요.


성인들도 체외 순환을 오래 지속하면 여러 합병증을 앓게 되는데 성인에 비해 신체가 미숙한 태아는 이런 환경을 제대로 견뎌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장기간 인공자궁에 머무를 경우 원활하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체 테스트가 필요한 것입니다.

어미 양의 뱃속이 아닌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성장한 태아 새끼 양이 이렇게 귀여운 아기 양으로 자랐습니다.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홍보영상 화면캡처]

어미 양의 뱃속이 아닌 인공자궁인 바이오백 속에서 성장한 태아 새끼 양이 이렇게 귀여운 아기 양으로 자랐습니다. [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홍보영상 화면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그를 통해 나타난 데이터로 인공자궁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인공자궁이 10년 후면 상용화돼 자궁에 손상을 입은 여성들과 출산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여성들도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산률을 줄이기 위한 실험에서 시작된 인공자궁 개발은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인간 자궁내막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해 '인공 자궁내막'을 만들어 내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단순히 인큐베이터 역할에 그친 바이오백을 넘어 진짜 인공자궁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는 정자와 난자만 있다면 모체가 없어도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체외 수정란을 모체의 자궁이 아닌 인공자궁에 직접 심으면 되는 것입니다. 영국의 생리학자인 존 스콧 홀데인은 자신의 논문에서 "2074년 안에 인공자궁에서 출산이 발생하고, 인간 출생의 단 30%만이 자연적인 출생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자궁 기술이 상용화되면 초미숙아의 생존과 정상화를 위한 치료, 아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난임, 불임, 퀴어 부부에게는 희소식이 분명합니다. 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기대가 크면 걱정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종교계에서는 인간복제 논란과 함께 인간 존엄성 문제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고, 의학계 일부에서는 과연 건강한 태아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②미래 생명, 정자·난자 없어도 생명 탄생?' 편에서 미래의 가족 문제와 윤리 논쟁 등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