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강나훔 기자, 문채석 기자]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35억원에 달하는 주식투자로 여야를 불문하고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은 이 후보자의 주식 매매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두 명의 장관 후보자 낙마사태를 힘겹게 넘긴 청와대는 다시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거래소에 심리를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심리는 일종의 초동 조사로 금융위 및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본격적인 조사 이전 단계다. 과거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중 비상장 상태였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매입했다가 코스닥 상장 후 되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진사퇴한 사례가 있다.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후보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67개 종목, 376회에 걸쳐서 주식을 거래했다"며 "일반 투자자들이 잘 알 수 없고 국민들에게 낯선 위험성 많은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은 뒷전이고 판사는 부업으로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는 청와대의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친여(親與)성향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마저 이 후보자 사퇴 요구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 정도의 주식투자 거래를 할 정도라면 본업에 충실할 수 없다. 판사는 부업이고 본업은 주식 투자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든 투자 행태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논평에서 "고르고 고른 헌법재판관 적임자가 투자의 귀재인 '미선 로저스'"라고 비판하며 "얼마나 진보적인 판사인지를 설득하기 전에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남편인 오모 변호사와 함께 재산 42억6000여만원 중 83%인 35억4887만원 규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OCI홀딩스 그룹 계열사인 SGC E&C 과 SGC에너지 주식을 각각 17억4596만원, 6억5937만원어치 들고 있다.
야당 측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각각 1대 주주(지분율 47.67%), 2대 주주(지분율 25.04%)인 열병합 발전업체 군장에너지의 상장 추진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이테크건설이 2700억원 규모 계약 사실을 공시하기 직전 오 변호사가 이테크건설의 주식을 산 것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 아니냐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남편은 2주 동안 34회에 걸쳐 6억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했고, 공시 후 주가가 41% 폭등했다"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종목·수량 선정은 모두 배우자가 했다"며 "주식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론 추이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순방 중인 가운데 이날 오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를 가졌다. 회의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자와 관련된 논의상황에 대해 "언론 모니터링 정도의 보고가 이뤄졌다"면서도 "일단 여야 논의를 지켜보고 국회에서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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