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국회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대형 사업장에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지 않으면 중소ㆍ벤처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활력을 제고하려면 3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탄력근로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업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상태다. 업계는 또한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특별연장근로제의 적용대상을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프랑스처럼 경제여건에 따라 필요하면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계 요구는 인력난이 심각한 사업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고용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 중 성수기가 뚜렷한 사업의 평균 지속기간은 5.6개월이다. 탄력근로제를 최대 6개월로 한다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인력난이 심각한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최대 1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전통 제조업과 다른 벤처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벤처기업들은 자율적인 집중근무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획일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협력사인 한 핸드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매년 신제품 출시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통상 8개월의 집중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된다"며 "6개월짜리 탄력근로제로는 인적자원 활용에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관계자는 "신약 연구개발에 통상 2~3년이 걸려 이 시기 집중적인 연구개발 활동이 기업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계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개월로 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게임·소프트웨어처럼 글로벌 사용자에 대한 실시간 고객지원, 신기술·신제품 개발 등으로 근무시간 확인이 어렵고, 불규칙적인 근로가 이뤄지는 업종에서는 탄력근로제보다 선택근로제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정민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벤처기업들은 최저임금보다 근로시간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야만 혁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비용 측면에서 부담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연간 일자리 40만1000개, 총 임금소득 5조6000억원, 국내총생산(GDP) 10조700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팀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하거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며 "단위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면 일자리 11만4000개, 임금소득 1조7000억원, GDP 3조3000억원에 해당하는 충격을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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