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사양산업인 제지산업에서도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던 골판지가 '흙속의 진주'가 되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폐지가격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온라인 쇼핑 증가로 택배박스용 골판지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써내고 있다. 이같은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골판지가 제지업계의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태림포장, 신대양제지 등 골판지 빅3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아세아제지와 태림포장의 경우 매출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733%, 978%증가했다. 신대양제지는 매출이 40%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배 가량 늘어났다.
◆中 수입규제에 원재료 부담 '뚝' =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원재료 부담이 줄어서다. 세계 최대 폐지수입국인 중국이 폐지수입을 제한해 중국으로 수출하던 폐지가 재고로 쌓이며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2017년 t당 31만2000원이던 수입폐지는 지난해 t당 20만원으로 , 국내 폐지도 같은 기간 21만1000원에서 17만3000원으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달부터 수입 폐지 통관 시 중국과 같은 0.5%의 오염도 허가기준을 적용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가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폐지 수급 구도는 지금과 같은 모양새로 당분간 굳어질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연간 20%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원가 하락에도 골판지 원지와 박스 가격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택배 물량은 약 25억4270만 박스였다. 2017년에 견줘 10% 가량 늘어난 결과다. 5년 전인 2013년(약 15억 박스)에 대비하면 70% 가까이 늘었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하고 있다.
◆돈되는 골판지, 인수합병 추진 =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가 골판지 1위 태림포장 인수를 추진하면서 골판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골판지원지는 수직 계열화를 이룬 아세아제지계열(아세아제지,경산제지), 신대양제지 계열(신대양제지,대양제지), 삼보판지 계열(대림제지,고려제지), 태림포장 계열(태림페이퍼,월산페이퍼,동원페이퍼), 한국수출포장 등 5대 업체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된 상태다.
골판지원지 회사의 계열사로 속해있는 업체들이 골판지 시장의 6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태림포장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2015년에 인수했다. 한솔제지가 태림포장을 인수하면 단숨에 골판지 부문 1위로 올라서는 동시에 특수지와 골판지 등 지종별 생산력의 균형을 맞추게 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골판지 산업 여건의 변화는 개별 업체들의 영업력 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시장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기업들 호소에 정책변화 변수 = 중국 내 움직임이 변수다. 중국은 환경보호 기조에 따라 당분간 폐지 등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을 대대적으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폐지는 약 1700만t으로 전년(약 2570만t)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국에서는 올해 수입 허가량이 1200만t을 밑돌 것이며, 조만간 '제로(0)'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내 골판지업계로서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하지만 중국 최대 제지기업 나인드래곤페이퍼 장인(張茵) 회장이 폐지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등 현지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공산당 내 영향력이 큰 장 회장의 목소리가 제지업계를 넘어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 중국 규제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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