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지난 11일 오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선배들이 19학번 새내기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했는데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비건'(Vegan)식을 따로 준비한 것. 비건은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만 먹는 채식의 한 종류다. 신입생들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신선했다", "채식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이벤트를 준비한 사과대 학생회 측은 이날 200여 명의 신입생들을 위해 100개의 일반 간식 외에 50개의 비건 간식을 내놓았다. 비건 간식이라고 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게 아니었다. 학생회 김혜원씨(정치외교학과 2학년)는 "동네 슈퍼나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주스, 쌀과자, 비스킷, 사탕 등이다. 적혀 있는 성분 함유를 보고 골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입생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날 OT에서는 학생회 및 학사제도 소개, 레크리에이션과 더불어 '처음 만난 인권 이야기'란 주제로 인권가이드라인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국내 채식 인구는 2~3% 정도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채식을 선호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20~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대학 중에서도 채식 식당을 갖추고 있는 곳은 동국대와 삼육대, 서울대 등 일부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대학 신입생을 위한 채식 경험은 중요하다. 채식을 강요하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나와 다른 식성을 갖고 있는 이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결국 인권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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