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된다는 이야기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직원 세 명을 자르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임대료와 물가 상승, 주변 상권 경쟁 심화 등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무엇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울 동대문구에서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권성재(가명·39)씨)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초청 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방향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표명한 데 따라 외식업에 종사 중인 자영업자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인 치킨전문점, 커피전문점 자영업자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중인 이상희(가명·45)씨는 "최저임금 인상 후 외식업 폐업률이 30%에 달한다는데 관련 정책을 고수한다는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상생의 방안을 고민한다더니 막상 우리 목소리는 듣지 않는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족발집을 운영 중인 서성현(가명·62)씨 역시 "외식업 포화로 인한 과당경쟁이 이유라고 하지만 정부 정책이 자영업자들 멸망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고작 몇 년 전 5000원대 최저임금을 지급해왔던 자영업자들에게 현실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았는데 누가 당황하지 않을 수 있냐"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외식산업 경영형태 및 식재료 구매현황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높은 부담을 안고 있는 업종은 치킨전문점(6.2%)·비알콜음료점(6.2%)·한식 중 육류전문점(5.5%)·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5.6%) 등이었다. 2017년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결과에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6.5%로 가정해 집계한 결과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이었으며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 대비 10.9% 인상한 8350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추가 부담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서는 "치킨전문점 등 업종은 영세규모 업체가 많아 추가 인건비 부담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식(2.7%), 제과점(3.2%), 주점(1.3%)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급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추가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을 비교했을 때는 재래시장(5.2%)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추가부담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밀도주거지(4.9%), 일반상업지(4.7%)가 추가부담률이 비교적 높았다. 이들 역시 입주업체 중 영세업체의 비중이 큰 상권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해, 업종 간 격차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