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세계 고금의 역사를 막론하고 국가간 세력 다툼의 시작은 경제ㆍ문화 등이지만, 결국엔 무력 대결에서의 승자가 패권을 장악해 온 게 현실이다. 현재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막대한 인구와 국토ㆍ자원을 바탕으로 왕좌를 노리고 있는 신흥강국 중국이 벌이고 있는 최근의 갈등도 유사하다. 겉으론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이유로 무역 전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물밑에선 첨단 무기 개발 등 무력 경쟁이 더 거세다. '최강의 무력'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두지 않고선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결정적인 순간에선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15억명의 인구와 200만명의 군인 등 내세울 게 '쪽수' 밖에 없었던 중국의 움직임이 특히 부산하다. 1970년대이후 개혁개방 정책이 성공하면서 경제가 부흥하기 시작한 후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낙후된 장비를 개선하고 확충해 군을 현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IT 기술 발달과 더불어 첨단 무기 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레일건이다. 30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해군이 이달 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함포'로 꼽히는 전자기장 레일건(railgun)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레일건 개발에 들어갔고, 2015~2017년 사이에 사거리와 명중률을 높였다. 2017년 10월엔 전투함에 장착해 바다에서 시험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레일건을 개발 중인 미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2023년까지 선상 테스트를 마치고 2025년 이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레일건은 화약과 탄환 대신 전자기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중국의 레일건은 약 124마일(200km) 떨어진 목표에 초속 1.6마일의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용 비용도 싸다. 중국제 레일건 탄환은 약 2만5000~5만달러(한화 약 2800만~5600만원)로,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의 140만달러(한화 약 15억6000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5일 발표된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보면 중국군은 '현기증 날 정도로 정교하고 강력한 신무기'를 여럿 개발 중이다.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소형 폭탄(MOABㆍMother of all Bomb)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지하 강철 만리장성'(USGWㆍ전쟁 지휘부) ▲항공모함 킬러 탄도미사일 ▲정밀 폭격 가능 2인승 스텔스 폭격기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총알ㆍ복합 소총 등 첨단 개인 무기 ▲상하이만큼 큰 잠수함 통제용 무선 안테나 ▲스텔스 드론 ▲완전 자국산 항공모함 등을 개발 중이다. 대부분 미국을 '가상 적국'으로 상정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무기 유형들이다.
이중 몇몇은 개발을 거의 다 끝내고 마지막 테스트를 거치고 있지만, 아직 개념 단계에 그치고 것도 있다. 지난 21일 미 CNN방송은 이에 대해 진위 여부를 검증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부분의 신무기 개발이 사실이거나 가능성이 높고, 마지막 단계에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 스텔스기를 잡을 수 있다는 러시아제 최신 방공 미사일(S-400)를 수입해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첨단 무기 경쟁에서 한참 앞서 있는 미국도 방심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최근 트럼프판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했다. 1980년대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세웠던 적국의 미사일 공격을 초기에 우주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방어한다는 스타워즈 계획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이동식 화학레이저 기술 개발ㆍ실험 등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잠재적 적대국가들에 대한 대응책이다. 특히 미국은 2000년대 개발하다 중단했던 ABL(Airborne Laser) 등 레이저 무기를 다시 개발해 F-35 스텔스기나 무인 조종 드론 등에 장착,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극초음속 비행체와 빅데이터ㆍ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로봇과 워리어 플랫폼, 레일건 등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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