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광학 부품을 생산하는 해성옵틱스가 2년 전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베트남 공장을 증축했지만 고객사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해성옵틱스 실적이 악화됐다. 순손실을 기록하며 주가도 미끄러졌고 전환가 3622원을 밑돌면서 CB 투자자는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성옵틱스는 구주 1주당 신주 0.71주를 발행하는 주주발행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조달한다. 주당 발행예정가는 1715원으로 지난 25일 종가 2740원 대비 37%가량 할인했다. 조달한 자금은 모두 단기 차입금과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사용한다.
앞서 해성옵틱스는 2017년 1월31일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베트남 공장 증축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던 차에 표면 이자율 0%로 발행했다. 국내 공장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생산 비중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회사 측은 렌즈모듈 실질 생산설비를 지난해 11월부로 국내에서 베트남 법인으로 90% 이상 이전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능력 확대와 인건비·물류비용 감소 등을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고객사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기를 통해 납품한 부품은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7년 3분기 2390만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500만대로 급감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고품질·고기능 카메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저가 제품 생산에 매달렸던 해성옵틱스 매출액은 2016년 3672억원에서 2017년 342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53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매출에서 주력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점도 매출 감소 원인으로 꼽혔다.
부채비율은 2015년 92.8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16.51%로 상승했다.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서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249.03%에서 83.74%로 낮아졌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이을성 대표이사는 신주배정비율에 따른 배정 물량 가운데 약 35%만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수 관계인 가운데 일부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유상증자 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38.8%에서 26.3%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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