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겼다는 혐의로 롯데마트에 4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문제제기를 한 후행 물류비 부과에 대한 관행을 놓고 업계간 논의가 뜨겁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사이의 '물류비'는 납품업체에서 유통업체 물류센터로 들어오는 '선행 물류비'와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나가는 '후행 물류비'로 나눠진다. 통상 대형마트들은 마트 물류센터에서 각 지점으로 나가는 후행 물류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대형마트 물류센터를 통해 나가는 물류는 물류센터를 거쳐서 바로 매장으로 나가는 통관형(TC)물류와 물류센터에서 일정기간 보관을 하다 매장으로 보내지는 보관형(DC)물류로 나뉜다. 이번에 공정위가 문제삼은 것은 롯데마트의 보관 물류비에 대한 부분으로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318건의 물류비 부과 내역이다. 롯데마트는 당초 납품업체별로 계약을 맺고 납품가의 3~6% 수준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부과해왔다. 일종의 물류센터 이용 수수료의 개념이었던 것. 그러다 2017년부터는 이 항목을 없애고 원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의 경우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선행 및 후행 물류비에 대한 계약서를 만들어 물류비를 받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통관물류는 여전히 물류비를 받고 있고 보관물류의 경우 2013년까지 물류비를 부과해오다 2014년부터 없앴다. 통관물류의 경우 업체의 필요에 의해서 대형마트의 물류망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물류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관물류의 경우 마트측의 수요에 의해 대량으로 물품을 쟁여놓고 필요에 따라 지점에 나가는 만큼 마트측에서 물류비를 부담한다는 것. 다만 이마트 전체 물류에서 보관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85~90%를 차지하는 통관물류에 비해 적은 규모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의 물류비 부과 관행이 우월절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에 시정명령과 함께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이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상정했으며 롯데마트에 보내 다음달 초까지 의견 회신을 요청한 상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전국에 배송망을 갖추고 납품업체가 이를 이용해 배송을 하는 현 시스템에서 물류비가 제로인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물류요율이나 기준, 부과하는 방식 등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공정위에게 이같은 상황을 잘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중소 납품업체들이 일일이 차와 인력을 고용해 매장으로 배송하기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안정적인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는게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그렇게 해왔던 것"이라면서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업계 전반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칼을 빼든 만큼 이번 기회에 대형마트들과 납품업계의 물류비 부과 체계를 찬찬히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물류센터들을 이용하면서 납품업체들은 배송망 혜택, 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배송비가 과도하게 부과됐던 부분이 있었는지, 제재로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점이 있는지 등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현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포함해서 사회정의 실현 측면에서 너무 앞서 가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천천히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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