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 남의 차를 두 번이나 훔친 일로 처벌을 받았던 개그맨 K씨는 현재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차도남이라고 부르는데 ‘차를 도둑질한 남자’라는 뜻이다. 자신의 범죄 경력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2. 프로야구 출신 방송인 K씨는 불법 도박사건에 연루됐고 모욕·사기죄로 징역을 살기도 했다. 이후 방송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K씨는 지난해 10월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하고 “뭐 좀 해보려고 한다”며 활동을 재개했다.#3. 2016년 6월 인기 아이돌 가수 P씨는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다. 성폭력과 성매매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단이 내려졌지만, 반듯한 이미지의 가수가 유흥업소에 출입했다는 소식만으로 대중은 크게 실망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공식 활동을 자제하다, 지난 7일 유튜브에 자신의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이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방송 플랫폼으로 몰려들고 있다. 개인 활동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중의 수긍 없이 공개 활동을 재개하는 데 대한 못마땅한 시각이 교차한다.
대표적인 사례에는 전 프로게이머 M도 있다. 그는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e스포츠협회에서 영구제명됐다. 그러던 M은 아프리카tv를 통해 게임방송을 진행하며 ‘재기’에 나섰다. 숨겨진 가정사까지 공개하며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해명하는 등 ‘면죄부’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른바 ‘사고’를 친 후 대중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유명인들이 유튜브 등에 둥지를 트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광고료로 한달에 수백, 수천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해 3월 만 15~60살 남녀 1000명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형태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모바일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30대 77.3%, 40대 77.4%, 50대 79.1%에 달했다.
금전적 수익뿐 아니라 대중과의 접점을 점차 늘려가며 방송·영화 등 대중 미디어로의 복귀 가능성을 점치는 ‘바로미터’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현상은 유명인의 일탈 후 복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는 측면이 있다.
순간의 실수가 ‘방송퇴출’과 같은 형벌로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는, 유명인에게 개인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유인이 된다. 이런 사회적 기제가 ‘유튜브 개인방송’ 활성화로 유명무실화 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인들이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사안을 축소·왜곡해 전파할 우려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편견을 확인하기 위해 경험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 영상은 편견을 확증편향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영상을 다른 매체와 비교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적인 조치 외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억제할 명분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앞서 언급된 가수 P씨의 경우 채널 개설 3일 만에 구독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대중이 그의 복귀에 호응했다.
시민 지영훈(32)씨는 “영원히 사회에서 매장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충분히 자숙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 재기를 원하는 팬들 앞에 모습을 비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