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식 운영방식에서 전문분야로
· 기존 의료·보험·교통사고 분야에서 핀테크·M&A로 확장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중소형 규모의 이른바 '부티크 로펌'이 업계에서 강세를 떨치고 있다.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백화점 식으로 수임하던 거대 로펌의 운영방식을 벗어나 전문분야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전문 분야도 의료ㆍ보험ㆍ교통사고 같은 분야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핀테크 등 첨단 IT분야와 인수합병(M&A)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법무법인 테크앤로는 핀테크(금융+기술), 가상화폐 등 IT 기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표적 부티크 로펌이다. 스타트업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이 로펌의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검사시절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주로 기술 관련 범죄를 다뤘다. 그는 "기술과 법제도는 함께 발전하는 것이므로 기술과 법률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지원하기 위해 테크앤로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M&A와 기업 소송에 특화된 중소 로펌들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LAB 파트너스가 이 분야의 대표적 강소 로펌이다. 주로 기업지배구조 관련 분쟁이나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자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영륜 LAB 변호사는 "대형로펌에 비해 비용과 시간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시헌도 금융ㆍ증권, M&A 등 투자와 기업 거래에서 선전하고 있다. 전문분야가 다른 변호사들이 한 팀을 이뤄 소송 전략을 수립하거나 자문을 해준다. 주성훈 대표 변호사는 "수조원대 규모의 M&A나 투자 사건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복잡한 구조를 띄는 사안을 특징에 맞춰 다룸으로써 전문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 밖에 민사ㆍ행정분야에서 공정거래사건이나 조세사건ㆍ제조물책임사건, 형사분야에서 성폭력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강소 부티크 로펌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법조계는 부티크 로펌의 장점으로 빠른 실행력을 꼽는다. 대형로펌처럼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신속한 대응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부티크 로펌이 대형로펌과 상대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각 사안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산업 전체를 보는 거시적 관점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 변호사는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도 "부티크 로펌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장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에서 대형로펌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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