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 협력사가 中에 유출" vs 협력사 "조립공정에 불과...법정서 결백 밝힐 것”
업계 “지난 4월 ‘수출한다’ 통보에 삼성 측 반대, 무시하고 수출한 게 화근”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곡면 제조기술(일명 ‘엣지‘)이 중국으로 유출됐다고 검찰이 발표한 가운데 범인으로 지목된 하청업체가 ‘억울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업체는 검찰의 발표 직후 주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결백을 강조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법정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협력사도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이라며 기껏 150억원에 욕심을 부려 기술유출을 했다는 검찰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연매출의 1/100 밖에 안되는 돈을 위해 수십년 쌓은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를 끝낼 바보가 어디에 있느냐는 거다. 앞서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수사부(최욱준 부장검사)는 어제(29일) 산업기술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위반 혐의로 삼성전자 협력업체 T사의 대표 방모씨(51) 등 세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출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직원등 8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T사가 ‘엣지‘ 디자인의 핵심기술인 3D래미네이션 기술을 중국업체에 팔아넘겼다고 밝혔다. 해당기술은 삼성전자가 1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개발한 것이지만 T사가 받은 돈은 150억원에 불과했다.
검찰관계자는 T사가 올해 4월 삼성에서 받은 플렉서블 OLED엣지패널 3D래미네이션 설비사양서와 도면 등을 중국 업체 2곳에 넘겼다면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위장업체를 설립해 우회하는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하지만 기술유출의 범인으로 지목된 업체는 억울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중국에 수출된 설비는 협력사가 자체개발한 것으로 삼성과는 상관이 없는 장비라는 것이다. 협력사 측은 “수출된 설비는 100% 자사 기술진이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기계“라면서 “삼성의 산업기술이나 영업자료를 중국 거래업체에 제공한 바는 없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자신들이 공급한 장비는 ‘조립공정‘이라면서 “기술적으로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검찰은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협력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한해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만만찮은 회사”라면서 “그렇게 중요한 기술을 팔아 치울 생각을 했다면 기껏 150억원에 넘겼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협력사의 중국수출에 대해 삼성이 탐탁치 않게 생각해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생긴 갈등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을 하기 전에 해당업체가 삼성전자에 양해를 구하자 삼성 측이 “팔지 말아달라“라고 요청을 했는데, 협력사가 이를 무시하고 수출을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중국으로 넘어간 기술과 장비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 기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갈릴 것“이라면서도 “첨단기술과 관련해서는 문외한인 법관들에게 누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는지가 관건”이라는 게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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