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인천 미추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16세 여중생이 지난 7월 아파트 3층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유족은 딸이 또래 중·고교생 남학생 3명에 의한 협박, 성폭행을 당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족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적극적으로 대처를 안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이를 보도했지만 숨진 여학생의 자세한 피해 정황과 학교를 통해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 학생들의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해 성폭력 등 혐의를 받는 학생들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는 학폭위를 통해 조처를 받은 상태다.경찰은 지난 7월 이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이 ‘아시아경제’에 밝힌 사건 내용을 종합하면 미추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여중생 A(16)양은 지난 7월19일 오후 8시10분께 아파트 3층 자신의 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의 사인은 같은 달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투신에 의한 사망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A 양이 또래 학생들에게 협박, 성폭행을 당하고 이 사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이 이 사건의 가해자로 보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또래 중·고교생 남학생으로 △같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B(16) 군 △다른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C(18) 군 △또 다른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인 D(17) 군이다.
아울러 유족에 따르면 A양은 투신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힌 또 다른 학생 2명 이름을 목놓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종합하면 A 양을 둘러싼 학교폭력 가해자는 모두 5명이 되는 셈이다.
◆ 유족, 학교 측 미온적 대응에 강력 반발…법률대리인 “A양 연루 학생 모두 사법처리 계획”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유족은 A양과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A양을 상대로 두차례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B 군이 다니는 학교에 조사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천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유족은 “학교폭력을 신고했고 신고됐다는 답변도 받았는데 학교는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대책위를 열겠다는 말뿐이었다”며 “학교가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학교 측은 “지난 9월에 신청한 집단따돌림 관련 대책위는 열었다. 결과는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또 “7월에 성폭력·명예훼손 의혹으로 대책위를 요구했다는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경찰 수사도 어떻게 진행 중인지 학교에선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임지운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재)는 “사건 이후 가해 학생들 학교의 대처방안은 오히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하는 경향이 있어 학폭위의 공정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 부모는 이 때문에 더 상처를 받고 학교만을 믿기에는 피해 학생의 보호가 미흡하다고 느껴, 결국 수사 기관에 형사고소를 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수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다른 학생들도 전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추가로 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아이들이라도 지키려면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족 중 딸의 아버지는 “현재 아내가 우울증이 극심한 상태다. 지금 학교에서 취하는 태도는 피해자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큰 벽에 막혀 있는 기분이다.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토로했다.
또 “딸이 뛰어내릴 때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 2명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딸을 둘러싼 협박, 따돌림, 성폭행 등 학교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신속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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