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재차 부정적 입장 밝혀
"기존 화폐 사라질 경우에만 안착 가능…투기성 높고 안정적 지금수단 못 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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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일본은행(BoJ)이 중앙은행 발행 가상통화(CBDC)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물경제와 통화 정책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시간) 가상통화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사요시 아마미야 일본 중앙은행 부총재는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CBDC가 현존 통화정책을 개선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일본은행은 가상통화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CBDC가 발행되면 명목금리가 0%로 떨어지는 제로금리 상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CBDC를 통해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 시장으로 현금이 들어오며 소비가 촉진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사요시 부총재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CBDC에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기존 법정화폐가 사라질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자 지급을 피하기 위해 CBDC를 현금으로 바꾸려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CBDC 발행은 기존의 통화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고려조차 할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마사요시 부총재는 일본은행이 결제 용도의 CBDC를 발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암호 자산은 투기성이 높고 안정적인 지급 수단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CBDC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정부가 주체로 발행하는 가상통화는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가상통화와 같은 미래의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한편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선 국가 발행 가상통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2월 원유 가격과 연동되는 가상통화 '페트로'를 발행한 바 있다. 중국과 인도도 각각 정부 발행 가상통화를 추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민간을 대상으로는 가장 강경한 가상통화 금지 정책을 펼쳤지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일찌감치 디지털화폐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가 발행 가상통화 설계를 연구하고 있다. 인도 준비은행(RBI) 역시 지난 8월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통화 발행을 연구하기 위해 부처 간 협동해 새로운 조직이 구성됐다"며 "지급 및 결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 발행 코인'의 성공사례는 없다. 베네수엘라의 '페트로'는 사전 판매 당시 50억달러(약5조3000억원)를 벌여들였지만 가상통화 시장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대비 4000%의 인플레이션, 외화수입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수출과 수입도 저유가와 생산량 감소로 급격히 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출발했지만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부의 배 불리기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레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베네수엘라 산 원유 가격에 연동된 데다 페트로와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貨) 간 환율을 정부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 달러 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만 페트로를 구입할 수 있어 사실상 외국인들만이 투자가 가능하다. 가상통화의 설계도가 그려진 백서 역시 기존 가상통화 '대시'를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페트로의 자국내 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주요 가상통화들도 거래소들도 상장을 거부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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