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협상 제외로 화웨이 대세론 시들추후 장비 채택 가능성 여전해도입 기정사실화 한 LG유플러스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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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앞으로 수년 간 20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5G 통신장비 시장 경쟁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화웨이의 '싹쓸이' 대세론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세계 각국에서 '보안 우려' 이슈가 터진 탓이다. 여기에 최근 SK텔레콤이 화웨이를 제외하고 '5G 장비 공급업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화웨이는 한국 5G 망구축 시장 경쟁에서 아예 배제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초 상용화 작업에서 빠진 것 뿐, 진짜 승부는 아직"=SK텔레콤은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화웨이를 택하지 않았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다만 업계에선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와 중국산 장비로 5G 망을 구축하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정작 SK텔레콤은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화웨이를 제외하고 발표한 우선협상대상자는 12월 1일로 예상되는 '5G 첫 전파 송수신 및 동글(휴대용 라우터)을 통한 첫 5G 상용화' 작업을 위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후 정부의 추가 주파수 배분이 이뤄지면 다시 장비사를 선정하게 된다.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사업화 초기단계에서 화웨이를 선정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으나, 차후 세부 작업에서까지 가성비 높은 화웨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통업계 1, 2위 SK텔레콤과 KT의 경우 4G 망과의 연동 문제 때문에 화웨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이 역시 절대적인 건 아니다. SK텔레콤과 KT는 4G 때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았다. SK텔레콤의 경우 수도권과 충청에서 삼성전자 장비를, 경상도는 에릭슨, 전라ㆍ강원은 노키아 장비를 썼다. 실제 SK텔레콤은 해당 3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4G-5G 연동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화웨이는 자사의 5G 장비를 도입할 경우 4G망을 함께 교체해준다는 조건을 이통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입장에선 이 같은 조건을 충분히 검토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화웨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아울러 화웨이가 초기 5G의 주요 주파수인 3.5GHz 대역 장비 기술력에서 세계 일류급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총대 맨 LG유플러스의 역할=이미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식화 한 LG유플러스가 이 사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4G 때 서울ㆍ수도권북부ㆍ강원 지역 망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활용했다. '연동ㆍ호환' 측면에서 LG유플러스가 5G 때도 화웨이 장비를 쓰는 건 자연스런 흐름으로 보인다.
문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최신 장비를 발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가 전국 기지국의 40%를 차지하는 서울ㆍ수도권에서 재빨리 상용화에 나설 경우 가입자 확대 등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에 자극 받은 SK텔레콤과 KT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화웨이 입장에선 SK텔레콤과 KT를 놓치더라고 LG유플러스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한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전 세계 시장에 "화웨이 장비는 안전하며 이는 한국 시장에서 입증됐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ㆍ호주ㆍ인도 등과 달리 이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화웨이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이 "이통 3사가 보안 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일러둔 게 거의 유일한 공식 입장이다. 정부는 이 사안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같이 한ㆍ중 간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화웨이 뿐 아니라 모든 통신장비는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보안 이슈를 꺼내 화웨이를 압박하는 건 자국 장비업계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겠느냐에 쏠린다. 이통사들은 내년 3월 5G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지난 5월 관련 통신장비 공급 준비를 완료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10월, 에릭슨은 12월이나 돼야 장비 공급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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