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9·13 정책 발표 전면에…이해찬 대표 부동산 정책 방향성 제시, 김수현 수석 당·정·청 물밑조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추가 조치하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면에 등장해 '9·13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는 시장에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김 부총리로 바뀌었다.김 부총리는 지난 7일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론이 나면 적절한 창구에서 '원 보이스'로 말하겠다"면서 부동산 정책 메시지 일원화를 공언한 바 있다. 당정청 메시지 혼선 논란이 일지 이를 나서서 정리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14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부동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담합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면 새로운 조치나 입법을 해서라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메시지 강도가 예사롭지 않지만, 9·13 대책의 진짜 주연은 따로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당정청의 역학 구도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적으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이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자리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만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실체를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토지공개념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이란 시그널을 시장에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중요한 것은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주택 공급 확대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정부가 서울시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놓고 논의의 속도를 높인 것도 이 대표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이 대표는 1988년 제13대 국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회의원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료이자 '친노(친노무현) 좌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현재 제4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제2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남다른 인연은 현재의 당정청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참고자료다.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여당 수장의 메시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9·13 대책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역할이 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부동산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김 수석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라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김 수석은 최근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부동산 대책 물밑 조율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수석은 9·13 대책을 내놓기 전에 이 대표의 위임을 받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과 만나 최종 발표 내용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6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이야기를 나누며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김 수석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경우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김 수석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 이상 과열 흐름 때문에 책임론에 시달렸다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게 제일 마음 아프다. 잠도 잘 못 잔다"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8·2 대책 발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책 발표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당정청 물밑 조율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이 대표와 1988년 평화민주당 입당 동기로 30년의 정치 인생을 함께 걸어온 인연이 있다. 문 대통령과는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곁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부동산 주무 부처 장관이자 3선 국회의원으로서 당정청의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힘을 보탰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