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일수록 우량 상권 과신 금물공식 따지지 말고 저평가에 집중곶ㅁ 찍고 가격 조정된 상가 주목[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100세 시대'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40~50대로 앞당겨진 은퇴 시기 이후 남은 반생 먹고 살아갈 고민을 해야 한다. 꼬박꼬박 월급처럼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웃지 못할 말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규제가 심화하자 부동산 투자자들은 상가로 눈을 돌렸다. 10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38만4182건으로 직전해 대비 49% 증가했다.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전국 상가투자 수익률은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30㎡ 초과)가 6.71%, 소규모 상가(3층 이하, 연면적 330㎡미만)가 6.32%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19만24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4% 늘었다.
최근 감지되는 분위기는 좀 다르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상가 공실률이 상승했다. 지난 2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7%로 전기 대비 0.2%포인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2%로 0.5%포인트 각각 늘었다. 노후 보장의 큰 축이었던 상가 시장도 최근 임대료 관련 각종 규제와 자영업 경기 위축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여야 합의에 이른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상가 건물 임차인이 임대 계약을 보장받는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계약 갱신 때마다 임대료 상승률도 기존 9%에서 5%로 줄어들 예정이다.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해선 반길 일이지만 상가 투자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변화다.전문가들은 상가 투자에 유의할 것을 경고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되는' 포인트는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시기엔 '상가투자 ABC'에만 충실하게 따르기보단 추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상가 투자 옥석 가리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살펴봤다.
◆'저평가'에 집중하라= 상가 시장에는 '사거리에 코너 상가'와 같은 몇 가지 '투자 공식'이 있다. 공식은 '배후 수요가 많을수록 좋다',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경우 단지가 100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주변에 유동인구를 불러들일 만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런 곳에 투자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하면 유효수요와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을 경우 단지별 출입구 방향과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까지의 동선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공식만 갖고 상가 시장에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곳은 진입 가격부터 고가여서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역세권 상가 역시 유동인구가 많지만 그만큼 비싸고 경쟁도 치열하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시기엔 이미 한 번 고점을 찍고 가격이 조정된 구축 상가를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투자 자금이 집중됐던 신축 때와 비교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분양 및 공급이 활성화되던 시기에 기대감이 컸던 곳들은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지금은 오히려 과거에 뜨겁게 공급됐던 곳들 가운데 시행착오를 거쳐 가격조정이 이뤄진 곳, 임대료 역시 기존 투자자가 심리적으로 기대했던 수준 대비 하향 현실화한 곳을 위주로 제한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용지입찰에서부터 최저가의 200%는 써야 낙찰이 되는 등 구조적인 모순을 갖고 있는 한 고분양가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곳들에 대한 초기 투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 대표는 "최근 입찰했던 수도권의 한 근린생활시설 부지 입찰가가 최저가의 490%를 넘었는데 이 경우 땅값부터 5배를 주고 산 것"이라며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고분양가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고 이는 결국 살인적인 임대료 등으로 이어져 임대인, 임차인에게 모두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벅세권', 비틀어서 바라봐라= '벅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은 알짜 상권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기업은 개인보다 더 분석적으로 접근하니 입지를 볼 때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차원적으로 생각해 섣불리 인근 상가 투자를 선택하기보다는 그 이면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좀 의아하다 싶은 지역에 스타벅스가 입점한 원인을 분석해 역으로 입지를 가려내라는 설명이다.
눈에 잘 보이고 가까워야 한다는 명제는 옛날이야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전 소비자들은 상가를 이용할 때 주로 본인이 움직이는 동선 내에서 고려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괜찮은 가게'에 대한 정보가 넘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찾아가는 시대다. 따라서 당장 눈에 보이는 입지만 고집할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업종이 들어올 만한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점포에 맞는 업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음식점의 경우 단순히 음식만을 팔지, 음식과 함께 휴게 공간 등을 들여 문화를 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임대인은 이런 임차인이 매력을 느끼도록 공간 활용 등에서 우위에 있는 곳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투자 역시 일종의 비즈니스이므로 시대 흐름에 맞게 경쟁력 있는 업종을 유치하려는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이 경우 주변 공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주변에 공실이 있다면 임차인에겐 대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남ㆍ명동 등 기존 유명상권 접근 신중하라= 전문가들은 다만 임차인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현시점에선 기존 유명 상권으로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투자의 경우 매입가가 중요한데 이미 고가로 형성된 기존 상권에서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 상승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으로 당장은 임대인이 끌려가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잘 나가는 일부 상권을 제외하고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나갈까, 임차인은 월세를 올릴까 서로 걱정하는 상황이다.
선 대표는 "초보 투자자일수록 우량 상권을 찾는 경향이 있으나 특정 상권에 대한 과신은 경계해야 한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보증 기간이 늘고 임대료 상승률에도 제한을 받는 데다 권리금 보호도 강화돼 선행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기존 유명 상권에 고가의 투자금으로 접근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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