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G-망중립성 토론회美전자프론티어재단 법률자문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 기조강연"자유 인터넷 원칙 지켜져야"통신사측 "망 투자유인 감소로 혁신 쇠퇴" 우려
에르네스토 팔콘(Ernesto Falcon) 변호사 (현 전자프론티어재단 법률자문)가 7일 국회에서 망중립성 관련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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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신곡 'IDOL' 뮤직비디오는 공개되고 불과 24시간만에 유튜브에서 조회수 5626만건을 찍었다. 24시간내 최다 기록이었다.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갖고 있던 종전기록 4320만건를 훌쩍 넘겼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데에는 바로 '망중립성'이 있었다는 주장이 터져나오며 7일 국회를 뜨겁게 달궜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가 콘텐츠사업자나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조절하거나, 대가를 받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한 원칙을 말한다.
국회에서 열린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서 미국시민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 법률자문 에르네스토 팔콘(Ernesto Falcon) 변호사는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 정말 재미있고 독특한 문화교류의 사례가 있다"면서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유튜브 기록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누구나 인터넷 콘텐츠에 빠르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자유'가 방탄소년단의 최다 조회수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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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 기조발제를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는 팔콘 변호사는 미국의 망중립성 역사와 현황, 그리고 불안한 미래를 전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이후, EEF는 망중립성 폐기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팔콘 변호사는 "망중립성 폐기 이후에는 통신사들이 동영상 콘텐츠에 스로틀링(속도저하)를 할 수 있고, 인터넷 접근에 이용자를 차별할 수 있다. 그리고 특정 인터넷서비스에는 추가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수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망중립성과 5G와 자사 제로레이팅 논란'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망중립성 원칙의 폐기는커녕 완화도 조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통신사들이 5G 시대를 앞두고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특히 우려했다. 5G 네트워크를 여러 차선으로 나눠, 1차선은 자동차용, 2차선은 의료용, 3차선은 스마트폰용 등으로 분류하고 차선마다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박 교수는 "가격차를 두게 되면 콘텐츠제작사(CP)로부터 더 많은 접속료를 징수할 것이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중소기업들도 망중립성 완화에 우려를 드러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내 통신사의 망사용료는 세계적으로 2배가량 높다"면서 "트래픽 급증을 이유로 자금력이 열악한 스타트업에 비용을 추가할 경우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망중립성 완화 의견도 팽팽…"5G시대 맞춰 망중립성 원칙도 변화해야"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바뀐 만큼 망중립성 원칙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물러섬이 없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초기 망중립성은 망의 개방성·중립성 유지를 위한 엄격한 개념이었지만, 현재의 망중립성은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통신사의 망 관리 권한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면서 "망중립성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인터넷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도구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G 시대에 부합하는 망중립성의 명확한 개념과 산업별·서비스별 적용 범위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망중립성 완화가 소비자의 비용 부담도 덜어줄 것이라 봤다. 통신사가 CP로부터 트래픽에 비례하는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다면, 통신사는 요금을 낮춰 이용자들이 부담을 덜어줄 유인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도 기계적인 망중립성 원칙이 한국의 통신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용 KTOA 팀장은 "과거 유럽은 2G 기술을 통해 글로벌 통신시장을 선도했으나 4G 전환기에 투자 타이밍을 놓쳐 현재는 통신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5G 시대를 앞두고 대규모 망투자가 필요한데, 현재의 망중립성이 투자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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