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OOO교수 강의 팝니다. 선착순으로 가격은 10만원 입니다.”2학기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서는 어김없이 ‘꿀강의 암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기 과목이나 필수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는 점을 악용해 불필요한 과목을 수강신청한 후 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의 돈을 받고 강의를 판매하는 것이다.
거래되는 강의들은 이른바 ‘꿀강의’로 불리는 과목들이다.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의 강의나 출석 확인을 하지 않는 교수의 수업, 혹은 정원이 적은 필수 과목이다. 대게는 과목당 3만원에서 4만원 수준이지만 강의 조건이 좋을수록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전국 모든 대학에서는 수강신청, 정정, 삭제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래 방법도 비교적 쉽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한 뒤 특정 시간을 정하고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해 판매자가 과목을 삭제하면 곧바로 구매자가 빈자리를 신청하는 방식이다.매년 개강 초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사실상 학교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 거래를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는 물론 만약 거래 사실이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처벌도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 매매 금지 조항을 학사규칙에 넣었지만, 개인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또 인기 강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다보니 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도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A씨는 “한 학기에 수백 만 원을 내고 다니지만 원하는 강의를 들으려면 암시장에서 추가로 돈을 내야해 불합리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거래라도 하지 않으면 수업을 듣지 못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 차원에서 ‘강의 매매 시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소용이 없는 분위기다”며 “최근에는 대학 커뮤니티보다는 SNS 계정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은 한 명이 지우면 없어지는 구조라 증거 삭제도 가능하다”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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