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며 유튜브 이용자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가 세대갈등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가짜뉴스를 접한 부모세대가 이를 자식세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양상이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최근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였다. 발단은 아버지가 구독 중인 한 유튜브 채널이었다. 강씨는 “아버지께서 가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글들을 보내시는데 어느 날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보냈다”면서 “영상을 보니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들이어서 ‘보지 마시라’고 했다가 싸우게 됐다”고 전했다. 강씨가 받은 유튜브 동영상은 ‘노회찬 전 의원 타살설’ ‘문재인 대통령 뇌출혈설’ 등 갖가지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었다.강씨는 “아버지께 해당 내용들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전했더니 노발대발 하셨다”며 “‘요즘 언론은 모두 거짓말뿐이니 다른 건 믿지 말고 유튜브나 보라’고 하셨는데 매우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강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말 은퇴한 뒤 유튜브에 더욱 빠져들었다. 은퇴 후 인적교류가 줄어들어 각종 또래 모임에 참석했을 때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 어렵다는 것이 강씨 아버지의 주장이다. 강씨는 “아버지가 한편으론 안쓰럽다”면서도 “매일 가짜뉴스에 빠져계시다 나중엔 한마디의 대화도 통하지 않게 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부모님이 틀어 놓는 유튜브 가짜뉴스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자녀의 온라인 게시글. (사진=커뮤니티 캡처)
이같이 유튜브로 인한 세대갈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본인의 기호에 맞게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고 시청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특정 이념을 강조하거나 사실 확인 없는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방송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이 난립하며 이 강점이 오히려 개인의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로 ‘신의 한수’라는 채널의 ‘문재인의 이상한 행동과 건강이상설’ 영상을 보자 추천 영상으로 ‘건곤감리’라는 채널의 ‘북한에게 돈바치는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이라는 영상이 뜨기도 했다. 해당 영상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지만 최근에도 조회수가 꾸준히 늘어 수십만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유튜브 동영상 이용과 허위정보 노출 경험’에 따르면 20세 이상 이상 성인 남녀 중 77.8%가 유튜브 사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0대의 72.3%, 60대 이상 연령층의 67.1%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노년층의 유튜브 이용률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유튜브는 지난 7월 ‘가짜뉴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며 2500만달러(한화278억)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보원 정보를 함께 노출해 뉴스의 신뢰성을 미리 볼 수 있게 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편견을 확인하기 위해 경험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 영상은 편견을 확증편향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영상을 다른 매체와 비교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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