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의 기습…유료방송 M&A시장 '흔들'

케이블3위 업체 딜라이브 인수 추진
'단골매물'에서 인수주체로 태세 전환
"홀로서기"· "몸값 올리기" 해석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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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유료방송 업체 간 인수합병전(戰)이 극도의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얼마 전까지 피인수 대상으로 알려져 누가 가져가느냐를 따져보던 기업이 느닷없이 인수 주체로 바뀐 사례까지 나왔다.

23일 유료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케이블 1위 업체 CJ헬로가 3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시작했다. CJ헬로 측은 딜라이브의 유료 가입자 수와 시설 등을 평가한 뒤 본격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CJ헬로 관계자는 "케이블 1위 업체로서 시장 재편을 주도하는 것이 경쟁구도 형성과 시장 다양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유료방송 인수합병(M&A)시장은 인터넷TV(IPTV)를 보유한 이동통신사가 케이블 업계를 압도하는 일방적 우위가 계속돼 왔다. 자본력과 성장세를 앞세운 통신사가 언제, 얼마에, 어느 케이블 업체를 인수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가입자 수 역시 케이블은 갈수록 줄고, 몸값도 덩달아 떨어졌다. 때문에 시간은 통신사 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CJ헬로는 이런 시장 상황에 단골 등장하는 매력적 매물이었다. CJ헬로가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 업체들 중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CJ 측은 케이블 사업을 매각하지 않고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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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기준 CJ헬로의 전체 유료방송시장(케이블·IPTV·위성 포함) 점유율은 13.1%로 3위다. 딜라이브(6.54%) 인수에 성공하면 20%에 육박한다. KT(30.5%·KT스카이라이프 포함)에 이은 2위로 등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브로드밴드(13.75%)와 LG유플러스(10.9%)는 각각 3, 4위로 내려 앉는다.

아울러 CJ헬로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딜라이브 인수를 통한 가입자 확대는 이 사업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선 4월 김성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케이블의 제4이동통신 참여로 유료방송시장에 유효경쟁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 1위이자 자금력 등을 고려했을 때 CJ헬로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4이통 현실화 시 CJ헬로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CJ헬로의 행보가 실제로는 '몸값 올리기' 전략일 것이란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가 케이블 사업을 접지 않고 홀로서기에 나서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동시에 피인수 카드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CJ헬로 인수전에 나선 LG유플러스 또한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과 무관하게, 특정 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케이블TV업체 인수를 다각도로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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