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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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심으로 스펙 평가를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 기조가 확대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이드라인도 정확치 않은데다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탓이다.지난해 7월 정부는 채용비리 근절, 학벌주의 타파 등을 목적으로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신체조건, 학력 등을 적지 않도록 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흔히 스펙이라 불리는 학력, 각종 자격증, 외국어점수보다는 구직자 저마다의 능력과 인성을 고려해 선발하는 채용 문화로 최근에는 사기업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가 핵심 일자리 정책 중 하나로 블라인드 채용을 내놨지만, 취준생들은 오히려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방식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이에 걸맞은 인재가 되기 위해 새로운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일부 취준생들은 역차별이란 비판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취준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후 혼란을 겪고 있다. 잡코리아가 이달 초 하반기 공채 지원 예정의 취준생 9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응답율 50%) 가운데 80%가 넘는 취준생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즉, 취준생 40% 가량이 블라인드 전형에 막막함을 가지는 것이다.출신 대학마다 호소하는 문제점도 다르다.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출신 취준생들은 ‘역차별’을 지적한다. 출신 대학이 곧 노력의 산물이란 것이다. 때문에 우회적으로 출신 대학을 기재하는 꼼수도 나오고 있다. 자기소개서에 ‘연세정신과 섬김의 리더십(연세대)’, ‘미래자동차(한양대)’ 등 대학 고유의 수업명을 언급하거나 학교에서 발급받은 이메일을 기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SKY 출신의 27살 취준생 A씨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삼수까지 해야 했고, 명문대 진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거였다”며 “명문대 출신이란 타이틀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들 놀 때 외국어점수 따고, 성적 관리에도 소홀한 적이 없는데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 기분이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블라인드 채용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지방대생들도 고충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학력 등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단 점에선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충남 소재의 한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28살 B씨는 “블라인드 채용은 또 다른 스펙 쌓기를 조장해 결국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점에선 전과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며 “그런데 지방대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학원을 다니려면 왕복 3~4시간 거리의 주변 광역시나 수도권까지 이동해야 해서 학기 중 취업 준비는 꿈 꿀 수도 없다”고 했다. 또 "학기 중에도 취업 준비가 가능한 사람과 방학 중에만 짬을 내서 해야 하는 사람은 그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취준생들이 블라인드 채용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취업 문턱이 너무 높은 탓에 기업이 제시한 채용방식에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공정성’이란 기존 의도가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잡아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나친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인서울)하는 22%(2016년 서울 4년제 대학 정원 기준)를 제외한 78%는 이른바 ‘지잡대(지방대를 비하하는 표현) 출신’이 돼버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다만 취준생과 전문가들 모두 블라인드 채용이 가진 허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만큼 보완점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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