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창시자 '사토키 나카모토' 사칭하며 채굴업체 연락'보물섬코인' 등 사기 넘치는 코인시장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여보세요? 나 사토시인데..."가상통화 채굴장을 운영하는 A업체 임 모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전화였다. 20대 가량의 젊은 남자 목소리였다. 상대는 "가상통화 채굴업체 목록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임 모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임 씨는 "말도 안되는 전화이긴 한데 상대가 너무 당당해서 좀 황당했다"며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구해서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각종 사기가 들끓고 있다. '사토시 사기'는 가상통화 채굴 업계도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속지 않을 것이 뻔한데도 자신을 사토시라고 우기는 것은 가상통화 채굴 업계가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의 블록체인 정보를 조사하는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대표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는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가인 2888만원(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 기준)을 기록했던 지난 1월6일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지난 1월6일 대비 4분의1토막 수준인 731만원까지 내려갔다. 채굴 난이도는 오른 데다 기껏 채굴한 가상통화 가치는 폭락해 채산성이 급격히 낮아진 셈이다. 채굴업체 관계자는 "가상통화는 통화량 조정을 위해 발행량이 늘어날 수록 채굴 난이도가 오르도록 설계돼 있다"며 "채굴 난이도가 오른 것을 가상통화 가치 상승으로 상쇄하는 형태인데 지금은 가상통화 가치마저 떨어져 채산성이 최악인 상황"이라고 했다.국내외에서는 관련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채굴업체 스카이마이닝의 르 민 탐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통화 시장이 요동치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급락했다"고 밝힌 뒤 회사자금 3500만달러(약 392억원)과 함께 잠적했다. 투자자들이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스카이마이닝 본사에 찾아갔을 땐 본사 건물은 폐쇄되고 간판도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일그룹 사태도 마찬가지다. 신일그룹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담보로 가상통화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하며 투자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를 위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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