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윤재승
대웅제약대웅제약069620|코스피증권정보현재가157,600전일대비2,100등락률+1.35%거래량28,747전일가155,5002025.07.07 15:30 기준관련기사[클릭 e종목]"대웅제약, 나보타 수출 '사상 최대'…2분기 실적 컨센서스 상회 전망" 대웅제약, 생리통 여성 위한 '이지엔6 온열 패치' 출시대웅제약 '씽크' AI 보이스, EMR 탑재close
회장은 스마트오피스 도입을 선언했다. 업무 특성이나 그날 기분에 따라 임직원들이 일할 공간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뜬금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윤 회장의 고집은 남달랐다. 그는 "스마트오피스는 대웅의 가치를 담는 그릇"이라며 "자율성과 창의를 지향하는 스마트오피스는 혁신의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사무 환경을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조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윤 회장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시각적으로 오픈된 레이아웃, 직급에서 자유로운 가구배치는 그 공간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다양성과 개방성의 가치를 심어줄 것"이라며 적소성대(積小成大 작은 것이 쌓이면 크게 됨)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파격의 승부수...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막역 = 윤 회장의 파격 선언은 안팎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제약업계에서, 그것도 일부 영업부서를 한정해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전사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단숨에 시도한 제약사는 대웅제약이 처음이었다. 업무와 직급별로 정해진 자리에서 근무하는 데 익숙했던 임직원들조차 손사래를 쳤다. 일부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고, 또 일부는 "나이든 직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오피스 도입 3년째인 올해 임직원들의 생각은 사뭇 달라졌다. 회사에 출근하면 어디에 앉을까 우왕좌왕했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윤 회장의 파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선진화된 IT시스템 구축이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메일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ㆍ캘린더 등의 정보를 임직원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옆 부서의 일을 내 부서의 일처럼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정보공유가 활발하다"고 평가했다.2015년부터는 사원ㆍ대리ㆍ과장ㆍ차장ㆍ부장 등의 직급 대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나이, 근무기간,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개인 역량과 역할에 따라 평가와 보상이 적용되는 직무급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경력개발프로그램(CDP)도 윤 회장의 아이디어다. CDP는 직원이 정기적으로 부서를 이동하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제도다. 원하는 부서 어디든 지원해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수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업무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뜻이다. 그의 파격 행보를 감안하면, 올해 3월 만 43세의 전승호 사장이 공동대표가 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능력만 된다면 오너가가 아니어도, 나이가 어려도 대웅제약에서는 수장(首長)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성과주의에 줄줄이 퇴사...'형제의 난' 앙금 = 조직의 수평을 역설하는 윤 회장이지만 정작 본인은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보니 진통도 적지 않다. 성과주의를 '버티지' 못한 직원들은 최근 몇년새 줄줄이 퇴사했다. 실적만을 강조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조직문화에 지쳐 옷을 벗는 임원들도 속출했다. 일부 직원은 "IT 회사를 지향한다면서도, 정작 회장실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 위계가 강한 모순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을 주목한다.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3남인 윤 회장이 차남인 윤재훈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같은 모순을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