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블라디보스톡'에 깃발 꽂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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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무드에
신북방정책 거점지 급부상
하나·우리·기업은행 등
사무소·지점 개소 준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버려진 땅,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 은행권의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톡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북과 남의 철도가 연결, 부산까지 연장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및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권이 블라디보스톡 진출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 등 신북방정책 거점지에 사무소 및 지점 개소를 위한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다.가장 공격적인 은행은 기업은행.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블라디보스톡에 사무소 개소를 목표로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2년 모스크바 지점을 철수한 이후 6년만에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러시아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부터 시작한다. 기업은행은 블라디보스톡 사무소 개소 후 이를 교두보로 러시아 본격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북방정책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 지역의 항만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블라디보스톡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현지 다자간개발은행과 협업을 통한 무역금융시스템 개발 추진 중에 있으며, 인프라 투자 딜과 같은 프로젝트 금융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네트워크 확대, 모바일 분야 강화 등을 통한 영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네트워크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은 최근 블라디보스톡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는 것을 놓고 고민 중이다.우리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대북사업을 생각한다면 블라디보스톡을 지점 전환하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그 적당한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블라디보스톡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신북방정책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앞서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산업단지, 농업, 수산업 등 9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9 브릿지(BRIDGE)'정책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은행권은 신북방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블라디보스톡 등 극동 러시아 현지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북한과 인접한 블라디보스톡이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은행권은 경우에 따라선 러시아 현지 은행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맞물리는 곳"이라며 "중요 지역의 입지 선점을 위해 올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러시아 금융당국과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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