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R은 지하철 도쿄역 개찰구 바닥에 압전블록 '發電床(발전마루)'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사진=Mirai-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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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전 세계적으로 1차 에너지 소비를 기준으로 약 60%의 에너지가 '폐열(廢熱)'의 형태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5% 정도의 에너지가 폐열 회수 시스템을 통해 회수되고 있다고 합니다.새거나 버려지는 폐열 같은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인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은 실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유럽의 여러 나라는 폐열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덴마크는 전력수요의 절반 가량을 회수하고, 핀란드는 폐열의 39%, 러시아는 31% 정도를 회수해 재활용한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베즈나우 원전은 전력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연간 150GWh 규모의 폐열을 지역난방시스템을 통해 주변 11개 마을 1만5000여명에게 공급합니다. 프랑스는 에너지 절감 및 열사용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원전에서 나오는 폐열을 지역난방과 원예, 양식, 화훼 등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산업단지 안에서 버려지던 중저온 폐열을 공공시설과 주거시설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남 광양시와 강진군, 보성군, 곡성군, 충북 음성군, 제주 서귀포시 등은 소각장 폐열과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페열, 온배수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 건조설비와 시설농가 비닐하우스 등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 의정부시와 서울시는 의정부시에 소재하는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서울시에 공급하기로 협정을 맺습니다. 이로 인해 의정부시는 2027년까지 연간 10억원, 모두 150억원의 세외 수입을 거두게 됩니다. 서울시는 26억원 가량의 지역난방 생산비용을 아낀 것은 물론 41억원 석유수입 대체효과와 1만4850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함께 얻게 됩니다.
폐열의 재활용에 비해 압전 등을 통한 '에너지 하베스팅'은 전력 생산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력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일상의 활동만으로도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압전에너지 하베스팅은 영국의 에너지 기업 '페이브젠(Pavegen system)'이 개발한 운동에너지 활용 시스템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 위에 버튼식 패드를 설치하여 사람이 밟을 때마다 압력을 통해서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입니다. 사람의 운동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지요.
페이브젠은 파리마라톤과 2012년 런던올림픽 등 스포츠 대회에서 로드테스트를 거쳐 영국의 12개 학교와 미국 뉴욕의 일부 학교에도 이 시스템의 설치를 마쳤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학교에 다니는 한 전기 생산은 계속되겠지요.
이스라엘 Innowattech사 기술자들이 도로 위에 압전블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사진=www.slidesh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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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너지 플로어’도 인기리에 운영 중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음악이 넘치는 댄스클럽의 바닥에 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해 사람들이 몰려와 춤을 추면 진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돼 클럽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클럽뿐만 아니라 박물관, 피트니스센터, 공공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도로에 '압전 발전기'를 깔았습니다. 이스라엘 이노와테크사는 도로 아래에 에너지 하베스팅 발전기를 설치해 자동차의 무게(중력에너지)와 도로의 진동(진동에너지), 그리고 온도의 변화(열에너지)를 모두 전력으로 변환하는 '도로 압전 발전기'를 가동 중입니다. 발전기 1㎞를 편도 2차선 도로에 설치하고 차량 600여대가 지나가면 25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 JR도 2008년 2월 지하철 도쿄역의 개찰구 바닥에 압전 발전기인 '발전마루(發電床)'를 설치해 하루에 6000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1년 부산 서면역에 압전에너지 하베스팅 시스템 보도블럭을 깔았습니다. 부산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역에 설치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기만 해도 전기가 생산되고 있고,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계단이나 보도에 압전 발전기를 설치해 소량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나노 발전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걷거나 숨쉴 때도 전기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아직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생산된 전기의 성능과 양은 기존 배터리나 발전기 등에 비해 미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편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뚜렷한 만큼 곧 미래 전력생산의 주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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