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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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박세원 인턴기자, 원준식 인턴기자] 자유한국당이 계엄령 문건 사태와 관련해
문건 자체보다 '유출이 문제'라고 각을 세우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선 '물타기' '프레임병'이라는 지적과 함께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여당이던 한국당이 책임을 돌리고 반전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최근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 "문건 집단유출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학 교수들은 한국당의 이런 주장을 "쟁점을 바꾸려는 의도"라며 이번에는 쉽게 '유출 프레임'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정치권에서 유출 프레임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는 방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정윤회 문건' 보도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의 내용보다는 유출 배경을 문제삼아 이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국정농단의 비선실세보다 유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고, 문건을 작성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 기록물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 언론이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모 언론에 누설했다고 보도하면서 기밀누설이 쟁점이 됐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에 나서면서 이 특별감찰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엄령 문건 사건이 유출 프레임에 막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최근 행태와 관련, "구태의연한 모습"이라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계엄령 문건은 유출 사건과는 본질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실행 계획의 전제 여부가 중요하다. 실행을 전제로 한 계획이라면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실행 계획이 전제가 됐다면 쿠데타인데, 그렇다면 이 문건은 쿠데타를 하려는 집단의 기밀이지 국가의 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윤회 문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유출 프레임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지난 폭로 때에도 유출 프레임으로 잠시 잠잠해졌지만 이후 문제가 다시 불거져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이 문제는 군 내 문제에 대한 사안이 너무 크기에 그 자체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박세원 인턴기자 claire418@asiae.co.kr
원준식 인턴기자 wonjunshi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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