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 감독 "성희롱 피해자에게 사죄"

인디포럼 등 독립영화 단체에 제명 요청

이송희일 감독(왼쪽)

이송희일 감독(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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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동성 감독을 성희롱한 이송희일 감독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인디포럼 작가회의에 관련 대책위원회의 보고서가 전달된 3일 인디포럼 홈페이지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건이 드러난 지난달 12일에 바로 사과문을 작성했으나 대책위의 권고에 따라 공개를 유예해왔다"면서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이송 감독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7일 인디포럼 개막식 뒤 가진 사적인 술자리에서 남성 감독과 프로듀서를 성희롱했다. 합석한 두 여성과 엮어준다는 핑계로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튿날에 상황을 파악하면서도 상처를 줬다. 이송 감독은 "만취 상태여서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피해자와 고통이 존재하는 한 어떤 말도 변명이 될 수 없다"며 "끔찍했을 피해자의 고통에 마음을 다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최근 성평등위원회와 관련 규정을 만들고 대책을 강구하던 인디포럼에도 커다란 누를 끼쳤다"며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제명을 요청한다. 소속된 모든 독립영화 단체에서도 탈퇴하겠다"고 했다.

그는 "입으로는 진보를 말했지만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시대의 구태였는지 모르겠다"면서 "실상 제 발 밑에서 저지르는 폭력을 성찰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오랫동안 독립영화인으로 살아오면서 생긴 자존감이 어린 영화인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둔감했다. 이제야 지체된 본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변화된 세상에 발맞춰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삶의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각인한 채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송 감독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커밍아웃 감독이다. '언제나 일요일같이'를 시작으로 '슈가 힐', '굿 로맨스', '사자성어', '동백꽃', '후회하지 않아', '동백아가씨', '황금시대', '백야', '야간비행', '남쪽으로 간다' 등을 연출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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