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모두 빨간불인데…색맹 정부

소비·투자 10개월만에 동반감소…신규 취업자 10만명 붕괴
4개월 연속 500억달러 수출, 반도체·석화 제외 나머지 부진
정부 "수출 증가로 경기회복세 지속" 장밋빛 전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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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민영 기자] 소비ㆍ투자ㆍ고용ㆍ수출 등 경제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뒷걸음질치면서 경기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역대 최초의 '4개월 연속 500억달러 수출'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며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ㆍ석유제품에만 의존한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고 소비ㆍ투자 등 내수경기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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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의 수출'=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09% 감소했다. 지난 4월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수출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것은 물론 사상 최초로 연 4회ㆍ4개월 연속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조업일수 요인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23억8000만달러로 역대 2위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2975억달러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고, 상반기 일평균 수출도 22억4000만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그러나 수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요인이 많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ㆍ석유제품, 차 부품, 섬유, 컴퓨터 등이 6월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반도체(39%)와 석유화학(17.6%)ㆍ석유제품(72.1%), 컴퓨터(48.5%) 등 4개 품목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 수출액 비중은 10% 내외였지만 올해 2월 20%대로 높아진 이후 지난달에는 21.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화학ㆍ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은 각각 상반기 기준 8.4%, 7.4%로 둘을 합하면 15.8%에 이른다.

다른 품목의 수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선박의 경우 지난 1월과 2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7%, 29.7% 성장했지만 3월부터 6월까지 31.1%, 75.1%, 67.1%, 82.7%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55.0%나 줄었다. 한때 수출을 견인했던 휴대폰은 1월 30.7%, 2월 28.2% 감소하는 등 상반기 기준 5.3% 마이너스 성장했다. 휴대폰부품 수출도 2월부터 5개월 연속 줄어 상반기에 24.3% 감소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며 상반기 기준으로 15.7% 역성장했다. 가전은 2016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다. 가전 수출 감소율은 2016년만 해도 11.7%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1%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철강도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상반기 기준 0.3% 줄었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도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증가세가 꺾이는 지점에 와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7% 감소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성과 홍보보다는 리스크 요인 관리와 대응방안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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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기 접어드나=내수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소비와 투자다. 지난 5월 소비ㆍ투자 지표는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가 함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8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특히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설비투자는 1월 5.4%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1.2%로 다소 하락했다가 3월(-7.6%), 4월(-2.7%), 5월(-3.2%) 등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2015년 3~5월 이후 3년 만이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증가세였던 소매판매는 지난 4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2.4포인트 하락한 105.5를 나타냈다. 2.4포인트 하락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소비 부진의 배경에는 고용 불안이 있다. 1월 신규 취업자 수는 33만4000명에 달했지만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 수출은 16%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는 6% 성장하는 데 그쳐 하반기 경제 상황도 반등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소비의 경우 해외소비 부문을 제하면 국내 소비는 더 안 좋다는 점을 보여주고, 설비투자도 맥을 못추고 있어 전방위적으로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3% 성장 경로에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는 우리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고 낙관하는데 모든 경제지표를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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