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북한의 의도는 뭘까. 북한이 최근 평앙북도 구성시 이하리의 미사일 시험장 내 시설물에 대한 파괴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실성 있는 비핵화 일환인지, 국제사회 눈속임인지 군당국도 의도분석에 나섰다.10일 군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둘째 주부터 평앙북도 구성시 이하리의 미사일 시험장 내 시설물에 대한 파괴작업을 시작해 19일께 완료했다. 당초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6일 보도했고, 우리 군 당국도 이 보도를 수긍하는 모습이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의 지상 시험용 발사대한 미사일 시설은 2000년대 초부터 가동됐으며 2014년 무렵 미사일 종합시험장으로 확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을 지상 발사용으로 개조한 '북극성 2형'을 개발한 곳이다. 북한은 이 개조를 통해 지난해 2월 사거리 2500~3000㎞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을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문제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이다. 북한은 과거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할 때 병기연구소에서 로켓 동체를 제작해 동창리 발사장으로 운반했기 때문에 한미 정보당국에 의해 이동 움직임이 쉽게 포착됐다. 하지만 북한은 자체적인 TEL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이를 이용해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를 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한미 군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최대 900여발이며 이를 싣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TEL은 108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도미사일별로 보면 스커드 미사일의 보유 수와 스커드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TEL이 가장 많다. 스커드 미사일 보유 수는 최대 430여발(TEL 36기)다.
이와 관련해선 순서상 IRBM 개발용 시험용 발사대에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단행된 점을 고려할 때 일단 핵실험은 물론 미사일 발사 중단 조치의 하나라는 풀이가 나온다.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와 더불어 북한의 핵ㆍ미사일 동결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시험용 발사대를 없앤 의도가 38노스 분석과는 다를 수도 있어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폐기된 발사대 주변의 건물 등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의도를 단정해 분석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TEL을 이용해 북극성 2형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이상 지상 시험 발사대는 더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핵실험장을폐기한 시점 등과 맞물려 있는 것을 보면 특정한 의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북제재에 못이겨 북ㆍ미회담에 순응할 수 있지만 '도발→협상→합의→파기→재도발'을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핵은 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이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기도 하고 제네바 합의는 2002년 사실상 파기했다. 2003년 8월에 열린 6자회담을 통해 9ㆍ19 공동성명을 도출해 냈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이어졌다. 이후에도 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ㆍ13 합의, 2012년에는 북한의 핵동결ㆍ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뼈대인 2ㆍ29 합의가 발표됐지만 모두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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