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의 한정판 '오예스 수박' 표절 논란…법무법인 충정 "법적 문제 없어"에스에프씨바이오 "공정위에 신고·소송 진행"…공정위 "우리 소관 아냐"해태 "제조기술 달라"…디자인사 "모든 수박맛 제품이 표절 한 것이냐"
해태제과 오예스 수박의 디자인을 외주 받아 진행한 한 업체 직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수박맛 제품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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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제과 대기업 해태제과가 최근 중소기업이 의혹을 제기한 '오예스 수박' 표절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이 독자 기술을 통해 제품을 개발해 진출한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해태제과는 독자적 기술 개발을 통해 상품을 내놨다는 입장이다.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가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한 오예스 수박은 '수박통통'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에스에프씨바이오(SFC)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표절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해태제과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떤 특정 기업이 맛을 독점할 수 없는데다 SFC의 특허 기술이 아닌 해태제과가 과육 농축의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 적용한 제품이라는 것.실제 해태제과가 법무법인 충정에 의뢰한 결과 특허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충정은 "SFC의 주장은 수박통통이 '식품원료용 수박농축액 제조 공법'에 대한 특허를 응용해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지만, 오예스 수박은 수박 원물을 사용해 자체 개발한 제품이므로 SFC가 주장하는 특허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SFC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침해 또는 부정경쟁에도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SFC는 개발한 제품 관련 정보(영업비밀)가 해태제과의 계열회사 훼미리식품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김종국 SFC 회장은 수박통통을 주문자위탁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는 식품제조업체가 해태제과의 계열사라는 점을 들어 제품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SFC가 훼미리식품에 OEM 생산을 의뢰한 것이라면 수박통통에 관한 정보가 훼미리식품에 제공됐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해태제과는 오예스 제품을 훼미리식품에 OEM 생산을 의뢰하지 않고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해태제과도 훼미리식품으로부터 수박통통 관련 정보를 제공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어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도 없다는 게 충정의 주장이다.
해태제과의 오예스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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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쟁의 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했다. 충정은 SFC의 수박통통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고 오예스가 수박통통과 혼동되는 것이라면 부정경쟁 행위가 성립될 수 있지만, 수박통통이 출시된지 오래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유명 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박이 재료로 사용되는 국내외의 다수 제품에 수박 형태의 도안이 사용되고 있고 오예스가 한 해 1000억원 이상이 팔리는 인기 장수 제품이어서 '수박'이라는 표시가 추가됐어도 출처 혼동의 염려가 없다고 봤다.
충청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는 오예스에 수박 과즙을 첨가해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고, 제품 형상도 오예스는 케익, 수박통통은 초코파이 형태로 서로 달라 SFC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즉 제품의 아이디어가 유사하다는 것 만으로는 부정경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의 가능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SFC의 주장은 훼미리식품을 통해 SFC의 제품 관련 정보가 해태제과에 부정하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고 해태제과가 부정경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것으로서 공정거래법 사안이 아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 사항이 아닌 것.
에스에프씨바이오 측은 법률 자문 결과 이번 행위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조만간 공정위에 신고와 관련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공정위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정위가 집행하는 법이 아니라 민사소송에 해당되는 법률"이라고 못박았다.아울러 해태제과의 포장박스에는 '오예스'라는 제품명이 크게 나타나 있고 SFC의 포장박스에는 '수박통통'이라는 제품명이 크게 나타나 있어 혼동의 염려가 없어 디자인 침해의 가능성도 없다는 게 충청의 의견이다.
김종국 에스에프씨바이오 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해태제과의 '오예스 수박'과 에스에프씨바이오의 '수박통통' 포장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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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는 오예스 수박의 디자인을 외주를 통해 진행했고, 이를 맡은 업체 역시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을 맡아 진행한 업체의 한 직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다양한 수박맛 제품 사진을 올려 놓고 "이번에 우리가 디자인 한 오예스 수박이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어느 한 기업에서 디자인 표절을 주장했다. 근데 표절의 내용이 배경이 붉은색 수박과육을 썼다는 점과 수박씨가 박혔다는 점인 것 같은데 사실 수박맛을 표현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이며, 이걸로 표절이라고 한다면 세상 모든 수박맛 제품에 표절 주장을 해야한다"며 최근 표절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올해 7월에 열리는 디저트페어 수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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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수박이라하면 검정·초록 줄무늬, 빨간 과육에 까만씨 이것밖에 없지 않다"며 "오예스 기존 패키지 레이아웃에 적용한 것 뿐인데 이걸로 표절이네 뭐네 한다면 모든 수박맛 제품들이 자연물 수박에게 표절해서 미안하다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태제과 측은 "올해 7월에 열리는 디저트페어에서 수박전이 열리는 것 자체가 수박맛이 트렌드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고, 이 같은 트렌드를 겨냥해 2년간의 공을 들여 여름 한정판으로 오예스 수박을 출시한 것 뿐"이라며 "SFC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FC 측은 "대기업 해태제과가 걸음마 중소기업을 죽이려 드는 것"이라며 "지난해 수박통통 초코파이를 개발해 수출 우수상품으로 선정됐는데 해태제과가 유사 제품을 냈다"며 해태제과 행태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결국 중소기업을 죽이는 것과 같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과업계 미투(모방) 제품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소비자는 "수박통통도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롯데제과의 몽쉘통통과 비교하면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자연물을 활용한 과자는 너무 많은 상황인데, 한 회사가 독점해야 한다는 논리는 제과업계의 일상 논리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과일맛 과자를 하면 대기업은 할 수 없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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