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선언부터 판문점 선언까지한반도 정세완화 최대 치적남북대화 청와대 소수에 집중부처 활용·국민 소통 아쉬워일본과 과거사 문제 일단락중국과 사드 갈등 해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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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이설 기자] 10일 출범 1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소홀했던 주변국과의 외교라인 복구에 매진해왔다. 북한과의 관계 재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봄을 되찾아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 운전자론은 앞으로도 지난한 여정이 예상된다.전문가들은 지난해 취임 당시 풍전등화에 놓였던 한반도 주변정세를 베를린 선언 이후 판문점 선언까지 밀어붙여 완화시킨 것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았다. 다만 급박한 상황 전개 속에서 각 부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9일 "남북관계를 축으로 한반도 상황 전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과거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중국을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에 참석시킬 것이냐를 논할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가장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일은 전통적 한반도 외교 구도를 변화시킨 일"이라며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의 오래된 대립구도가 작동해왔지만 남ㆍ북ㆍ미 소통체계를 통해서 새롭게 구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의 외교적 구도 변화는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문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가져왔다"며 "외교안보 영역에서 통일을 비롯해 여러 얘기를 했지만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평화를 두고 모든 것을 그려야 한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줬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의 계기를 마련했는데 이는 성과이자 과제"라며 "아직까지는 대화 초기 단계로, 진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인사들과 함께 출발하는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성남=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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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쳐 판문점 선언까지 이어진 남북 대화는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졌다. 논의 과정이 소수 정책결정권자에 집중되면서 정책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하고 부처의 역할이 사라졌다. 안보 라인이 중심에 서면서 정책의 투명성도 떨어졌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탑다운 방식이 지금 상황에선 적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운'까지 내려오지는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기조라고 할 수 있는 '촛불'과 '국민'을 생각하면 비공개나 비밀주의는 최소화했어야 하는데 소통 문제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실장도 "평화협정이나 비핵화가 잘 안착되고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몇몇이 구상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으로 안착하는게 필요하다"며 "기능적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투명성, 조직의 활용이 아쉬웠다"며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 활용도가 낮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남북 관계에 집중하면서 미국과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평화체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기 전에는 남ㆍ북ㆍ미 3자로 (논의를) 가져가되, 로드맵이 나오면 다른 국가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3자 보다는 4자회담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홍 연구실장도 "중국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개입할 때 과거와 같은 한미-북ㆍ중 동맹 구도가 연출되면 결과적으로 미ㆍ중 간 전략적인 경쟁 구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중국에 적절한 역할과 지분을 주면서 북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중국이나 대일본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나 사드 갈등 등 과제 해결에도 세심한 정책이 요구된다. 신 센터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철저히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ㆍ중 관계를 개선한다는 초기 접근 방식이 사드 해법에선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정부 입장 발표 이후 일본과 관계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과 관계가 풀리지 않는 부분은 외교정책의 부족함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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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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