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硏 "文정부 1년, 일자리정책 효과 '미지수'…최저임금 고용 영향은 無"(종합)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광장에서 2018 세계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노동자들이 종로4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광장에서 2018 세계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노동자들이 종로4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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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1년간의 고용노동정책이 시장을 악화시키지도 않았지만 개선시키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분석이다.

노동연구원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文 고용정책 시장 악화 안 시켰다 = 세션1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이 노동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추론인 한편,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1년 동안의 정책 추진이 취업자증가율의 둔화 추세를 반전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에 취업계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청년층 실업 문제와 베이비붐 세대의 실직 문제 등 1분기 고용지표를 언급하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있기를 바랐는데, 고용지표나 주요지표에서 정확하게 호전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 이같은 현상이 문 정부의 노동정책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평가다. 김 위원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감소 ▲판매종사자 규모 감소 ▲서비스종사자 규모 증가 및 증가추세 둔화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 규모 감소 등을 최근 고용동향의 특징으로 꼽고, 이는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의 중장기 추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으려면 내수 경기가 좋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위원은 "신용카드 보급, 정보통신기기 보편화, 중국 관광객 등 내수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 경협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지만, 북한의 소셜 인프라가 잘 풀려 나간다면 (내수 활성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고용에 영향 안 미쳐 = 세 번째 발제를 맡은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최저임금 증가가 1~3월 고용량과 근로시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5년 7.1%, 2016년 8.1%, 지난해 7.3% 오른 데 이어 올해는 16.4%나 올랐다. 이는 평균(7.5%) 수준과 비교하면 8.9% 높은 수준이다. 이에 홍 연구위원은 8.9% 추가 증가분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와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보험자료 등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은 유의하게 감소했지만 고용량에 대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량 조정에 비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홍 연구위원은 "노동강도가 극대화된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람을 빼기란 불가능하다"라며 "100명 정도 고용하고 있으면 1명을 자를 수는 있지만, 4명이 일하는데 1명을 자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업장에서 고용을 줄이기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11월부터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조정을 했다"며 "1월에는 근로시간을 많이 줄였지만 이후 조정폭을 줄이면서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용 고용이 증가하고 임시와 일용 고용이 감소해 노동자의 구성이 변화하는 것처럼 나타났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위원에 앞서 두 번째 세션 발표를 맡은 김유빈 연구위원은 한국의 청년실업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 저성장·저고용 기조 지속, 대기업·수출주도 성장으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 등의 영향을 받은 바 있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기인한 바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文정부 노동정책 점수 'A'" =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대체적으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뤘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장은 "불확실성과 변동성 자체가 기존 기업들의 혁신활동을 단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기업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우리나라 수출이 흑자라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는다"라며 "불확실성에 대해 정부가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지 '리스크 셰어링'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발표된 일자리 대책에 대해 언론에서는 부정적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청년세대는 70%가 '우호적이고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과제를 찾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나 하도급 납품단가 문제 해소 등을 전향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극적 대책만 해서는 (청년실업 해소가) 쉽지 않다"며 "청년세대 문제를 일자리 문제만 갖고 한정되게 보는 관점에서 탈피, 교육·복지·문화 등 청년 삶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평점을) A+는 못 돼도 A0는 주겠다고 봤다"며 "지난 1월께 언론에서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수많은 기사가 나왔지만, 객관적 지표가 나온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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