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지는 과학적 원리 밝혀졌다

IBS·DGIST 연구진, 식물의 탈리 현상 조절하는 리그닌 역할 규명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꽃잎이나 나뭇잎이 떨어지는 과학적 원리를 밝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와 이유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4일 밝혔다.

식물이 발달과 노화 과정 중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꽃잎이나 나뭇잎이 떨어져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최고 권위의 학술지 '셀' 온라인 판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팀은 식물의 잎이 떨어지는 '탈리'가 일어나는 경계에서 이웃하는 두 세포 중 이탈하는 세포에서만 리그닌이 형성돼 꽃잎을 식물의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게 하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탈세포층에 특이적으로 형성되는 리그닌의 구조

이탈세포층에 특이적으로 형성되는 리그닌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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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닌은 이웃하는 세포 사이를 분리시키는 세포벽 분해효소가 꽃잎이 탈리되는 경계선 위치에만 밀집되게 하고 주변 세포들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리그닌이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형성해 기능을 발휘하는 데 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리그닌의 역할과 탈리 메커니즘을 응용해 탈리 현상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화합물을 찾는 후속 연구의 발판도 마련됐다. 탈리 현상을 조절하면 낙과로 잃어버리는 식량 작물의 손실을 줄이거나 잎의 탈리를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는 등 식량 생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곽준명 교수는 "리그닌이 이탈세포에서 형성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조직을 정확히 이탈시켜 식물의 생존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탈리 경계의 두 이웃세포의 협업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며 "작물의 꽃과 종자, 과일이 떨어지는 것을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면 식량 생산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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