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맹점마다 제각각 배달비 책정…1000원~4000원교촌, 1일부터 배달비 유료화 '2000원'…다른 브랜드들도 '아우성'배달음식에 죄다 배달비 붙어…피자·햄버거 등 배달 최소주문금액 인상
서울의 한 굽네치킨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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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직접 오셔서 방문 포장하시면 3000원 할인해드려요. 배달하게 되면 배달비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서울의 한 치킨 매장 사장은 "고객의 전화 주문에 매번 '배달비'를 고지하면서 방문 포장시 할인한다고 알려준다"면서 "배달비를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 고객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지만 배달 인건비를 감안하면 어쩔수 없다"고 전했다.
"10분 거리에 자주 이용하는 치킨 가게가 있어요. 후라이드 가격이 다른 브랜드 매장보다 저렴해 자주 배달시켜 먹었는데, 3월부터 배달비 4000원을 받기 시작해서 퇴근길에 직접 매장을 방문해 포장해옵니다. 그야말로 '국민 간식'이 이젠 '헬치킨'이에요." 소비자 A씨는 "치킨 2만원 시대에는 소비자의 자세가 바로 방문 포장 아니겠냐"며 하소연했다."교촌치킨을 자주 시켜먹어요.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1만8000원)를 특히 좋아하는데 오늘부터 주문하면 배달비 2000원을 내야해서 2만원을 지출해야해요. 국민 간식이란 말이 무색하네요. 그나마 교촌은 배달비가 2000원으로 일정한데 인근의 다른 브랜드들의 경우 들쑥날쑥이에요. 우리동네 BBQ는 2000원을 받는데, 다른 동네에서는 1000원을 받아요.
인천에 사는 친구는 배달비가 아직은 없다고 하네요. 대신 치킨 무와 콜라 서비스가 유료화 됐다고 들었어요. 동네 마다 배달비는 물론 서비스가 제각각이다 보니 혼란스럽네요."
서울에 위치한 한 교촌시킨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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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치킨 한 마리 2만원 시대가 열렸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던 '치킨 한 마리 2만원선'이 무너진 것이다. '국민 간식'이란 말이 무색해지면서 동시에 '헬치킨'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의 치킨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다.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치킨 가격을 올리고, 배달비를 받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각 지역별로 가맹점마다 치킨 가격을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배달비는 1000~4000원 수준까지 받는 등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1위 교촌치킨이 소비자의 혼란을 덜기 위해 1일부터 배달 주문 시 건당 2000원의 '배달서비스 이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이래저래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소비자 지갑에서는 예전보다 2000~4000원이 더 지출될 수 밖에 없다.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촌이 이날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 주문 시 건당 2000원의 배달비를 추가로 받는다. 교촌 관계자는 "
배달 운용 비용의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판단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며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배달 인력난과 배달 서비스 운용 비용의 상승은 가맹점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돼왔다"고 설명했따. 게다가 주요 치킨 브랜드들의 가맹점에서 점주들이 제각각으로 배달비를 징수하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도 염두해 둔 조치로 풀이된다.
교촌의 배달비 유료화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인상에 대한 체감 온도는 뜨겁다. 치킨 가격은 그대로 이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매출의 70% 정도가 배달 주문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나 다름없다.
한 소비자는 "치킨 2만원 시대를 맞이하는 소비자의 자세는 이제 직접 매장에 가서 방문 포장하는 것"이라며 "방문 포장을 해도 브랜드 치킨의 경우 콜라와 무 등의 구매하면 2만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치킨 배달비가 생긴 이후부터 배달 주문을 해본 적이 없다"며 "예전에는 지출하지 않던 돈이라 아깝게 느껴지는데, 4인 가족 기준으로 배달 치킨 2마리를 즐기려면 4만원 이상은 들고 있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교촌치킨의 배달 유료화로 다른 브랜드들의 배달비 책정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hc와 BBQ, 굽네치킨 등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가맹점들이 배달 유료화를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굽네치킨 매장의 가맹점주는 "요즘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그쪽에서 수수료 떼어가고 배달대행이 또 한건당 4300원을 가져가 남는 게 없다"며 "사실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비를 건당 2000원을 받아도 비용을 다 충당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촌치킨이 먼저 나섰으니 우리도 곧 시행됐으면 좋겠다"면서 "배달도 엄연히 비용이 드는데 공짜라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이참에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한 BBQ의 가맹점주 역시 "예전에는 매장 직원 3명을 썼는데 이제는 1명으로 줄이고 그 빈자리를 주인인 내가 나와서 채우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이 모조리 가맹점주한테 전가되는 것이 문제인데,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치킨 뿐 아니라 전반적인 배달 메뉴 모두 배달비가 오르거나 유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는 "피자부터 삼겹살까지 추가 배달요금 1000원을 안받는 곳이 없다"면서 "요즘같이 물가가 모두 올라 생활비가 훨씬 늘어났기 때문에 1000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치킨에 앞서 햄버거와 피자 등은 일찌감치 배달 최소 금액 등 배달비를 올렸다. 피자헛은 최근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1만2000원에서 1만59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33%에 달한다. 모든 할인 및 멤버십 포인트 적용 후 실제 금액이 1만5900원이어야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피자헛 매장 관계자는 "최저임금 등에 따른 배달 직원 인건비 부담 등으로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스터피자도 지난 1월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인상했다. 미스터피자에서 스파게티와 샐러드 등 사이드 메뉴로만 주문할 경우 합계 1만4000원을 넘겨야 배달 가능하다.
햄버거 브랜드들의 배달 최소 주문금액은 모두 1만원 미만이었지만, 이제 모두 1만원이 넘었다. 버거킹은 올해 들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 3월 배달 최소 주문금액도 함께 올렸다. 금액은 기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변경됐으며, 상승률은 25%에 달한다. KFC도 연초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기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최근에 1만원에서 1만2000원(33.3%)으로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연말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8000원에서 1만원(25%)으로 올렸고, 롯데리아도 9000원에서 1만원(11.1%)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일부 외식 브랜드들의 경우 배달 메뉴가 매장 판매가보다 가격이 대체적으로 더 비싼편인데, 최소 주문 금액까지 올리는 것은 가격 인상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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