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준비된 가정, 안전한 미래' <10·끝> 아동·가족정책 현주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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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인식 높아져…전체 신고 건수 해마다 늘어아동보호전문기관·상담원 등 인프라·예산은 여전히 부족[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아동 및 가족 관련 정책들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정책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아동학대는 최근 광주 3남매 화재 사건, 고준희양 실종아동 사망 사건 등을 통해 사회에 경고를 보냈다. 실제로 아동학대와 관련해 전체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을 보면 2014년 1만7791건이던 신고 건수는 2015년 1만9214건, 2016년 2만9669건, 지난해 3만4185건으로 나타났다. 김나영 국제아동인권센터 팀장은 "사회가 아동학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폭력과 방임이라고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그렇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동학대 인프라와 예산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학대받는 아이들을 발견해 치료해주고 아동학대 예방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63개뿐이다.
경미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아동학대 신고 및 판단 건수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아동학대 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이 필요함에도 기관 수는 5년 새 1.3배 증가에 그쳤다"며 "현재 1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평균 4개 시군구의 아동학대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4년 50개였다.
문제는 1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관할 지역 범위가 넓어 현장과의 접근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동 시간도 길어 신속하게 출동하기 어렵고, 업무 수행을 하기 위한 행정도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지역에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1개소를 다 세워달라는 건 아니다. 최소 1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2개 시군구 정도만 담당하더라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인력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 팀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아동학대 조사뿐 아니라 원가정 기능 회복을 위한 사회복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2016년 기준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정규 업무 시간인 1961시간(하루 8시간)과 비교했을 때 3721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명의 상담원이 2배의 업무를 과중하게 수행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 팀장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상담원 1명이 1820명의 아동을 담당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6630명을 담당하고 있다.
예산도 문제다. 아동학대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이고, 예산을 편성하는 주체는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범죄피해자보호기금)로 나뉘어 있다. 적정한 서비스 수요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경 팀장은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올해 254억32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일반회계 예산은 11억6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은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 193억200만원과 기재부 복권기금 50억2400만원으로 충당되고 있어 변동성이 크다"며 "이로 인한 적정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예방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해 아동학대 예방 사업의 운영 부처와 재원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과 관련된 정책들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정책은 계속 나오지만 여전히 미혼모 가족이나 동거 가족 등은 정상 가족으로 인식되지 않는 문제점을 보인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입양, 혈연,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입양을 제외하면 그 기본을 혼인으로 보고 있는데 미혼모 가족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우리 민법 제779조 제1항 제1호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혼인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하나의 가족이 되기 어렵다. 동거 또한 법적 혼인이 이뤄지지 않아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1005명에게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을 조사한 결과 '전혀 없다'라는 경우는 2.0%, '별로 없는 편이다' 7.5%, '약간 있다' 40.1%, '매우 많다' 50.4%로 나왔다.
이에 변 부연구위원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인식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이들을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만으로도 보호막이 될 수 있다"며 "동거의 경우 법적 가족 외에도 수술 동의서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방법 등을 통해 가족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얘기했다.
미혼모는 여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는 점에서 아버지가 함께 책임지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혼모가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으로 힘을 실어주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이와 같은 법이 2004년 이후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나 재정 부담 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문화 가족은 '다문화'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이미 차별이라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한 남녀 모두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의 언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다문화 가족을 굳이 구분 짓지 않더라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한부모 가족과 맞물려 있는 지원금 문제점은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변 부연구위원은 "지금 한부모 가족 중 저소득층에 한해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한부모 가족 지원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없게끔 돼 있다"며 "성인 한 명이 아이를 혼자 키우면 재정도 그렇고 시간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양육비가 확보돼야 일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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