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보도돼 공분을 자아냈던 '동국대 일산병원 의사 데이트 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가 상습 폭행 및 살해 협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 SBS는 지난 4일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동국대 일산병원 간호사 A씨가 2012년 같은 병원 전공의 B씨와 사귀기 시작한 지 1년 뒤부터 상습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사귀는 초반에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발로 벽을 찼고 폭행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다리 깁스를 2번 하고 아예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심지어 반복된 B씨의 폭행에 정신을 잃어 일하던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A씨에게 폭력 사실을 병원 안팎에 알리지 못하도록 회유와 협박도 번갈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두 번째로 다리 깁스를 했을 때 반지를 사주며 결혼하자고 했다"면서 "KCL(전해질)과 미다졸람(수면마취제)를 섞어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자신은 의사라서 사람을 죽여도 감옥에 2~3년 밖에 안 간다고 협박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 B씨는 17일 아시아경제에 이메일을 보내 지난해 5월 A씨와의 합의한 접근금지가처분 조정 결정문, 녹음 파일, 동영상 등을 제시하며 상습 폭행과 협박 등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A씨로부터 2015년 결별을 전후로 상습적인 스토킹과 근거없는 소송 제기, 가족 살해 협박 등으로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B씨는 방송이 나가던 당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훈련을 받다가 이달 12일 퇴소한 상태다.
B씨는 이메일에서 "A씨를 수년간 상습폭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대가 두 번이나 끊어지고 정신이 잃을 때까지 맞아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것과 약물로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라며 "두 사람 사이에 결별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던 것은 일부 사실이나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B씨는 뉴스에서 방송된 피해자 A씨의 멍자국 사진에 대해선 "바늘 자국이 있는 점으로 보아 구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맥 주사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멍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깁스 사진에 대해서도 "의사가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잡한 솜씨로 감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당한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며 "마음대로 집에 들어가서 나가지 않길래 다음 날 집에 들어갔더니 수면제를 먹은 흔적이 있는 상태에서 의식이 없이 발견돼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 데려갔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그러면서 자신과 배우자C씨가 A씨를 상대로 지난해 3월21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접근금지신청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받아들여졌다며 데이트 폭력 자체를 적극 부인했다. 실제 B씨가 제시한 조정문을 보면, B씨와 배우자 C씨는 A씨가 결별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B씨와 C씨의 직장, 집으로 찾아 오거나 이메일, 문자, SNS계정 메시지를 보내면서 괴롭히고 있다며 사진, 스마트폰 화면 캡쳐, 동영상, 녹음 파일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이들은 서로 거주지 및 직장, 결혼식장 등에 접근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정문을 통해 확인된다.
두 번째 깁스를 했을 때 반지를 사주면서 결혼해달라고 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이 민사 소송에 반지를 사준 증거로 제출한 영수증 날짜는 2015년 9월10일인데, 두 번째 폭행으로 깁스를 했다고 주장한 시기는 2015년 12월2일"이라며 "본인이 하고 있는말 그 자체가 이미 거짓말 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해당 뉴스를 보도한 SBS측에도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민형사 소송 제기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담당 취재 기자가 변호사를 만나자고 해서 약속까지 했는데 오지 않았다"며 "당사자인 저에게 사실 확인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변호사에게 한 마디라도 물었다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같은 인터뷰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왜곡된 방송으로 인해 전국민에게 상습폭행범, 사이코 패스 의사로 무차별적인 욕설에 시달리며 인격 살인을 당했다"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느라 전혀 알지 못했고, 배우자와 가족들이 너무나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A씨로부터 받은 협박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 등을 앓고 있어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고, 경찰서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해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고 있다"며 "데이트폭력의 가해자라면 경찰이 이런 조치를 해주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B씨를 대리한 D 법무법인 E변호사는 이에 대해 "B씨의 주장은 사실"이라며 "A씨가 주장한 상습 폭행은 실제로 3건인데 발목을 접질리는 등 경미한 부상으로 경찰에 의해 모두 불기소 처분됐으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내가 반대했지만 결혼을 앞둔 B씨가 30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조정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E변호사는 또 "SBS측에 모든 증거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제안하고 만나자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기사를 다 써놓은 후 형식적으로 입장을 들어 보려 한 것 같았다"며 "허위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등 민사소송을 18일 중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기사가 나간 후 피해자 A씨는 아시아경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법원의 판결에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며 재반박했다. A씨가 보내온 판결문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이 2016년 9월23일 B씨의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유죄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법원은 "B씨가 자신의 폭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A씨의 상해 사실에 대해 담당 의사에게 A씨가 어떻게 주장하였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주치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략) A씨의 의무기록을 함부로 열람했다"고 적시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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