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전체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거금이다. 화웨이가 3일 공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925억달러(97조 9297억원)다. 화웨이는 매년 20억 달러씩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 10년 간 화웨이가 R&D에 쏟아 부은 돈은 604억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은 5G 기술 개발에 쓰였다.
프랑스의 제프리스 그룹 리서처에 따르면 5G의 기술 표준 규격을 정하는 표준화 단체인 3GPP의 57개 의장, 부의장 자리 중 10개 자리를 화웨이가 꿰차고 있다. 자사의 기술을 국제 표준 규격으로 만들어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는 세계 어디든 5G망이 깔린다면 전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3GPP 회의에서 화웨이가 40명의 인력을 급파한 것에 대해 보도했다. 세계 어디든 5G망을 깔겠다는 화웨이의 의지가 돋보인다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퀄컴이 30명, 에릭슨이 25명, 노키아가 15명을 보냈다.
화웨이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8에도 가장 큰 부스를 확보하고 5G 통신장비 등을 전시한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2018 전시장 내 SK텔레콤 부스에서 도우미들이 '5G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홀로그램 '홀로박스(HoloBox)' 등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참가해 '완벽한 5G를 주제로 5G 네트워크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한다./스페인=사진공동취재단
5G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은 화웨이의 1차 공략지는 한국이다. 이통 3사는 최근 화웨이를 포함한 6개 업체에 5G 상용시스템 제안요구서(RFP)를 보냈으며 조만간 통신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RFP는 5G망 구축시 필요한 통신장비에 대한 이통사 각자의 요구 사항이 담긴 문서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던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절반 값에 지원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국내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적은 비용에 5G망을 깔 수 있다면 화웨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중소업체들은 화웨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 정부가 말하는 세계 최초 5G망 상용화의 의미가 퇴색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한다. 5G망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깔리겠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세계 시장 진출은 화웨이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영민 장관도 이 같은 전망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내지 못하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달 "화웨이 장비가 깔릴 경우 거기에 연동되는 다양한 디바이스의 보안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유념해서 상용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