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통매장 출점 계획 '0'
유통 대기업 3사 이달말 채용 진행…신규고용 예년 수준 일자리 창출 약속했지만, 출점 절벽 속 고용 숙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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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지난해 3월 공식 오픈한 서울 잠실의 복합쇼핑몰 롯데월드타워몰은 9200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도 5000명이 생계를 책임진다. 스타필드 하남의 건설 공사 과정부터 살펴보면 총 3만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했다.유통업종은 국내 산업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장이 한 개 생길 때마다 300~500명을 신규 고용하고, 대형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50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년간 국내 30대 대기업의 종업원수를 분석한 결과 유통업계 종업원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마트의 순증 종원업수가 1만5307명으로 1위였고, 현대자동차(9906명)와 스타벅스커피코리아(6958명), CJ CGV(6525명) 등의 순이었다. 이는 고용규모가 큰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보다 많은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출점을 통해 몸집을 키운 결과다. 일자리 창출에는 최대 효자인셈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신규 출점이 가로막히면서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게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매년 총 3만5706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은 현 정부 들어 신규 출점 프로젝트를 아예 접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서울 여의도점,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대전점을 끝으로 당분간 오픈 계획이 없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 마산점 개점 후 신규 출점이 전무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의 경우도 현 정부 출범 전 투자가 결정된 경우다.
대형마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마트 양평점이 이날 오픈한 것을 제외하고 롯데마트를 비롯해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사실상 추가 매장 출점을 포기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신규 출점 계획을 세웠다가 지역 내 상인 반발로 미뤄진 상태다. 이들 점포 역시 인허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내년 오픈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출점 절벽에 직면하면서 유통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도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공약에 맞춰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내수 위축과 시장 포화, 출점 규제 등으로 인해 점포 확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규모 점포 출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상인들과 '상생협약'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 영업규제 등 규제까지 강화될 조짐이다.
유통빅3는 그나마 올해는 작년 수준의 채용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내고 각 계열사가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올 한해 롯데그룹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만4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고졸ㆍ대졸 신입사원은 1300명 안팎이다. 신세계그룹도 오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협력업체와 함께 채용박람회를 열고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신세계는 올해도 1만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목표지만 대형 점포의 출점을 확정짓지 못해 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은 숙제로 남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출점 계획은 아직까지는 미정"이라며 "작년과 제작년은 스타필드 출점으로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가능했지만, 올해 어떻게 신규 일자리를 만들지 고민이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채용규모를 예년보다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60% 늘어난 31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 한해 전체 채용인원은 4300명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정부의 일자리 공약에 화답하기 위해 밝힌 정규직 전환과 올해 11월 신규 오픈하는 현대면세점 신규 인력이 대거 포함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경쟁적으로 출점을 하면서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자주 있었지만,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면서 "앞으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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