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부메랑 맞은 최흥식, 하나금융과의 '끈질긴 인연'

하나銀, 충청銀 인수부터 금감원장 취임까지…채용청탁 의혹으로 금융당국 수장 자격 논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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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5년 전 채용청탁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최 원장과 하나금융지주의 '끈질긴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은행 지배구조, 채용비리 문제로 하나금융과 줄곧 대립각을 세워 온 최 원장은 하나금융에 몸담았던 시절 채용청탁 의혹으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하나은행에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공식 요청했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이었던 지난 2013년 하나은행에 입사지원한 대학 동기 아들의 이름을 은행 인사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학 동기 아들은 최종합격해 현재 하나은행 서울 영업지점에서 근무중이다.

최 원장은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을 뿐 채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 발표 외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5분께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으로 출근한 최 원장은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1층 정문을 통해 출근하던 평소와는 달리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출근했고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이동했다.이번에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터져 나온 하나금융과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원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팀장으로 일하면서 은행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렸고 충청은행 퇴출을 결정했다.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이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최 원장과 김 전 회장의 친분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인 최 원장은 프랑스 유학을 마친 1990년부터 김 전 회장과 교분을 쌓아왔지만 하나은행의 충청은행 인수 이후 교류가 확대됐다는 전언이다.

이후 최 원장은 김 전 회장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고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하나금융 사장으로 발탁됐다.

인연이 악연으로 바뀐 건 2014년이다. 하나금융이 사장직을 없애면서 최 원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잠시 끊겼던 최 원장과 하나금융의 인연은 지난해 9월 최 원장이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양쪽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 원장 모두 지난해 말부터 은행의 지배구조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사실상 3연임을 시도하는 김 회장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는 걸로 해석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상당한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됐다.

이렇게 끝나는 듯했던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이번엔 최 원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금융권에선 이번 논란을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만큼 신뢰가 생명인 당국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만약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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