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수출 효자'라더니...이젠 '병'이라고?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게임업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국내 콘텐츠 수출액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효자' 장르인 게임이 '질병'으로 취급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국가의 게임 관련 협회 및 단체들이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 협력에 합류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 정신 건강 전문가 및 사회 과학자, 각국 연구 센터 및 대학 교수진 등 전문가 36명이 WHO의 '게임 장애(gaming disorder)' 항목 신설 계획에 배치되는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다.전문가들은 ▲게임 장애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 ▲기존 근거들이 빈약하다는 점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도로 질환을 공식화하는 것은 광범위한 범위의 비 임상적인 사회 맥락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 ▲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도덕적 공황'이 질환의 공식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로 인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질병 분류 시스템 상 새로운 질환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중독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한다는 점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증명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를 질환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계획에 대해 전 세계에서 반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WHO의 게임 장애 분류 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며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핵심 수출 장르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콘텐츠 산업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장르별 수출액 비중에서 게임은 55.8%로 전체 수출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만약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 항목으로 신설되면 추후 각종 후속 정책 및 규제로 인해 게임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히려 게임의 교육적, 치료적, 레크리에이션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 등 8개 유관 단체는 지난달 중순 "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즉각적 철회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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