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조한울 수습기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전동휠체어 타고 이동하는 지체장애인 A씨는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개찰구까지 통과해 플랫폼으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유일한 통로인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인 탓에 정작 지하철을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대역으로 향하려던 A씨는 결국 영하의 날씨에 도로 밖으로 나가 저상버스를 타고서야 이동할 수 있었다. A씨는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밖에서 안내를 했다면 굳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 하나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아예 이동할 수 없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시내 상당수 지하철역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이동이 불가능한데다 심지어 상·하행 중 한 방면으로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도 있는 실정이다.
15일 서울시·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지하철 1~8호선 역 가운데 27곳에는 승강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4호선 명동역을 비롯해 3·4호선 환승역 충무로역, 2·7호선 환승역 건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들도 상당수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중 11개역에는 오는 2020년까지 동선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나머지 16개역에 대해서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여전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수리 여부 등을 사전에 안내받을 수 있는 ‘지하철안전지킴이’ 앱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앱이다 보니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교통약자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
지하철역의 휠체어 환승지도를 만든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근본적으론 지하철역 한 동선에 엘리베이터가 두 개 이상 설치돼야 한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장애인이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고, 대체 경로를 알기 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환기실이나 보도폭 부족 등 구조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려운 역들이 있다”면서 “환기실 재배치 등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조한울 수습기자 hanul0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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