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性차별' 원천 금지한 아이슬란드, 우리나라 ‘성평등’ 현주소는?

동일노동 남녀에 임금 차별 때 고용주에 벌금 부과하는 법 세계 첫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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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아이슬란드가 남녀 임금차별을 없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을 제정했다. 임금격차에 ‘성별 요인’이 없다는 것을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남녀가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은 있었지만 이를 구조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이스뉴스 등 아이슬란드 현지 언론은 아이슬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고용주가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녀에게 같은 임금을 주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근로자가 250명 이상인 기업은 모두 해당된다. 1180여 개의 기업에 14만7000여 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아이슬란드는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 임금을 줘야 한다는 법안이 있었지만 근로자 자신이 성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허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법안은 고용주가 정기적으로 직원 직무 수행 능력 평가 등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임금을 결정하도록 돼있다. 만약 회사가 임금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부 산하의 성평등기구(Gender Equality Agency)에 보고되며, 하루 최대 400유로(약 53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9년 동안 세계경제포럼(WEF)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였지만 남녀 간 임금 격차는 16.1%로 유럽 국가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치였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아이슬란드 정부는 2022년까지 임금의 성별 격차 근절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을 발표한 것이다.우리나라 ‘성평등’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WEF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44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성별격차지수에서 118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보다 두 단계나 하락했다. 남녀 임금 격차도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성의 평균소득은 327만원으로 여성 209만원에 비해 1.6배 가량 높았다.

업계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리천장도 심각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우리나라 30대 그룹 중 여성 임원 승진자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여성 승진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도 8.8%에 그쳤고 5년 동안 여성 승진자가 단 한명도 없던 기업도 두 곳이나 됐다. 유리천장이 두껍기로 유명한 증권업계는 10대 증권사 중 여성 임원 비율은 0.1% 수준이었다.

정계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다라는 20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 17%로 OECD 회원국 평균 28.5%에 한참 못 미쳤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들이 평등하게 일할 권리와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민간기업 여성 임원의 비율을 공개하고 성별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사결정권자의 성별 다양성을 위해 공공부문은 여성 고위공무원 목표제, 공공기관 여성 임원 목표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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