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KT가 다음 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 달 5G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기 위해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자율주행 버스 차량과 관련 계획을 허가받을 계획이다. 교통량이 많은 강남에서 자율주행 버스 운행에 나선 것은 KT가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체 등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범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했다.
KT는 이미 지난 3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주변에서 운전자의 제어가 없는 상태로 자율주행 버스를 수 백 미터 운행한 바 있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이번에는 도심 도로에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도심 주행은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관광객들의 숙소와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 자율주행 버스를 투입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경쟁사와 달리 KT가 자율주행차량으로 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기술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크다. 버스는 정해진 도로만 반복 주행한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그만큼 저렴하다. 또 차량 내부에서 고용량의 콘텐츠를 상영하기에도 공간 여유가 있는 버스가 승용차보다 낫다는 점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하면 승객 모두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KT는 이동 중인 5G 자율주행 버스에서 가상ㆍ증강현실(VRㆍAR), 홀로그램 등 실감형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위치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KT는 기가지오펜싱(GiGA Geo-fencing)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가지오펜싱은 와이파이(WiFi), 롱텀에볼루션(LTE), 비콘 등 전국적으로 구축된 KT의 31만개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3D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하버드대의 메모리얼홀에서 '네트워크의 힘'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건물 몇 층, 어느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KT의 위치파악서비스 기가 지오펜싱은 오차 범위가 1피트(약 30cm)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차량 자체적으로 실시간 교통 상황 속에서 최적의 판단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 차량의 정보, 신호등, 위치 정보 등 수많은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적절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KT는 빅데이터 전담 부서를 운영하면서 마케팅, 에너지 사업 뿐 아니라 자율주행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제민 KT 융합기술원 팀장은 "다음 달 중 시범 운영하는 자율주행 버스는 자율주행 단계로 치면 3단계 수준으로 운전자가 일정 개입하는 수준"이라며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를 개선해 운전자의 개입이 더욱 적은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