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카카오 붙들기' 무리수

코스피200지수 편입 검토에
정체성 논란…내부 혼선만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코스닥 시가총액 2위 카카오가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고육지책으로 '코스피200지수 편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 2일 거래소 인덱스부 관계자는 "코스닥본부가 카카오를 코스피200지수에 편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를 붙잡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고심 중인 코스닥본부가 짜낸 아이디어에 즉각 반기를 든 것이다.

우선 '코스피200지수'의 정체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코스피 대표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에 코스닥 종목이 편입되는 순간 더이상 코스피200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유가증권시장 전 종목 중 산업군별로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감안해 대표 200개 종목을 선정하고 시총을 지수화한 것이다.

또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종목에 투자하는 섹터별 ETF(상장지수펀드)와 코스피200선물옵션 투자자들까지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라 편입 기준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닥본부가 '코스피200 편입'이라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게 된 배경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수급 문제가 깔려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대표 종목이 섞인 KRX100지수와 코스닥 대표종목들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가 있긴 하지만 코스피200지수에 비해 거래량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코스닥본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기업이 아니고서는 국내 기업에 대해 잘 모르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에 몰린다"고 말했다. 코스닥에 남아있으면서도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면 기업들이 우려하는 '저평가' 문제가 해결돼 더 이상 이전상장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다. 앞서 이전 상장 절차를 밟은 네이버, LG유플러스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돼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6조2700억원에 이르는 카카오의 경우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시총 45위에 등극,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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