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83엔 들고 일본행 밀항선 탑승
일본 전당포 주인 6만엔 투자받아 롯데껌으로 사업 시작
젊은 베르테르 슬픔 주인공 '샤롯데' 영감 사명 '롯데'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재계 5위 기업으로 성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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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941년 부산항. 19세 청년 신격호가 일본 시모노세키행 연락선에 몸을 실었다. 가난한 문학청년이었던 그의 손에는 단돈 '83엔'이 들려 있었다. 당시 면서기 두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야기할 때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어 중 하나가 83엔이다. 사실상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뒤 고국에 돌아와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궈낸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간 뒤 신문과 우유배달 등 주경야독으로 와세다 고등공업 응용학과(현 와세다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청년 신격호는 전당포를 운영하던 하나미스라는 노인의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성실성을 눈여겨 본 하나미스는 6만엔의 거금을 투자한 것을 종자돈 삼아 1947년 껌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이듬해 신 총괄회장은 일본의 도쿄에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인 ‘샤롯데(샤를로테)’에서 따온 법인명이다.베르테르의 사랑과 정열에 감동받아 지은 이름이었다. 당시 롯데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껌의 제조·판매했다. 초기에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리어카에 껌을 쌓아놓고 이동 판매를 하다 스페어민트껌에 이언 그린껌이 대히트를 쳤다.
이후 껌과 초콜릿 시장을 평정하며 롯데는 일본의 종합제과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 1959년에 롯데상사와 1961년에 롯데부동산, 1967년에 롯데아도, 1968년에 롯데물산, 훼밀리 등 상업과 유통업으로 진출해 일본의 10대 재벌에 오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고국으로 건너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1973년부터인데,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박정희 정부는 신 총괄회장에게 반도호텔, 아서원, 국립도서관 땅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를 사들여 1979년에 호텔롯데를 오픈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1979년 부마사태와 10.26 박정희 피살사태 등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에도 고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1978년에 양산에 비스킷 공장을 준공하고, 1979년에 아이스크림 공산을 완성했다. 이어 1980년에 롯데쇼핑(백화점)을 개장하는 한편, 롯데냉동도 설립했다. 또 1982년 야구단 롯데자이언츠와 광고대행업체인 대흥기획, 롯데물산 등을 출범시켰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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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1983년 24개 계열사에 2만명의 종업원을 둔 한국의 10대 재벌그룹에 진입했고, 지난해 기준 계열사 수는 94개, 자산총액은 약 108조8940억원으로,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5위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에 엔화의 가치가 2배로 오르며 1988년 개인 재산 60~80억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위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의 별명은 '600만평의 사나이'로 일본 도쿄와 서울 명동, 부산 등의 황무지를 사들인 덕분이다. 롯데 창립기념일인 3일 공식 개장하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1980년대 신 총괄회장이 마천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들인 땅이다.
주목할 점은 신 총괄회장의 한국 투자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신 총괄회장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모국에 투자를 해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를 거쳐 한국 롯데를 발족시켰고, 현재는 일본 롯데 보다 더 큰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롯데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총수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 최순실 연루 의혹 등 부침을 겪고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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