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팔아 설 떡값 주는 기업……"배당은 안하나" 뿔난 주주들

올 들어 19곳 '자기주식처분' 공시
재무구조 취약 우려 등 주가에 악재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팔아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 눈물겹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오히려 재무구조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가가 얼어붙은 곳도 많았다.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자기주식처분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19곳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휴가 등이 있있던 지난달에도 38곳의 기업이 자사주를 팔았다. 지난해 연말연초 사이에도 한해 자사주 처분 횟수(309건)의 약 24%(69건)가 몰렸다. 처분 목적은 서로 달랐으나 '상여 및 인센티브 지급'이 다수였다.

안국약품은 전날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자사주 1082만원(954주)어치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에도 3번에 걸쳐 총 2500여만원(1226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처분 목적은 모두 인센티브 지급이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거의 매년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매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23일 임직원 포상과 장기근속을 기념해 약 819만원(30주)어치의 자사주를 장외 매각했다. 지난해에도 4차례에 걸쳐 임직원 포상과 장기근속을 기념해 총 4억6000만원(2017주) 규모의 자사주를 팔았다. 포스코는 매 분기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중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자사주를 지급한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팔아 현금으로 지급하지만 포스코는 직접 주식을 직원에게 장외로 넘긴다.유진기업 역시 4년만인 지난 12일 자기주식 9억5000만원(18만8923주) 규모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유진기업 측은"회사와 계열사 소속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애사심 고취를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내내 동양 인수를 위해 지분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지난해엔 이사회 진입도 성공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확보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성과를 치하하고 자금력 보유를 위해 기존 8.86% 보유중이던 자사주를 일부 팔아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제이씨케미칼, AP위성, 동성코퍼레이션, 모베이스 등이 이달 들어 인센티브 지급 목적으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자사주 매각을 통한 인센티브 지급은 회사 직원들에겐 반갑지만 주주들에겐 보통 악재로 인식된다. 액수가 많은 돈이 아님에도 굳이 자사주를 팔아야 할 정도라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배당지급은 수년간 멈췄음에도 인센티브는 꾸준하면 주주가 반가워 할리 없다.

실제로 안국약품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0% 줄었다.영업이익률은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름개선제와 비만치료제 등의 사업이 부진했고 대규모 매출을 일으킬만한 신제품 출시도 나오지 않고 있어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주가도 최근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13.2% 내렸다.

AP위성 역시 상장 이후 단 한차례의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최근 자사주를 팔아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에 대해 주주들은 볼멘소리를 하고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유보율이 931%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만 배당 소식은 현재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주가도 최근 하향세다. AP위성 한 주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만큼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도 신경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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