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블랙아웃' 사라지나?…정부,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발표

방통위·미래부,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발표
재송신 협상 및 절차·성실 협상 의무 위반·대가산정 고려 요소 등 포함
방송법·IPTV법 상 금지행위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
위반시 방통위 제재 가능


'지상파 블랙아웃' 사라지나?…정부,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발표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앞으로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협상은 계약 종료 6개월 전에 시작해야 한다. 또 협상이 결렬돼 재송신을 중단할 때는 2주전부터 시청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상파방송의 원활한 재송신 협상을 위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 20일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이번에 마련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은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 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없는 대가를 요구하는지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방송과 케이블·IPTV·위성 등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협상은 당사자간 자율 협상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다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재송신이 중단되면서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이에 방통위와 미래부는 지난해 8월부터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를 공동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재송신 협의체는 그동안 총 12회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으며 2회에 걸쳐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최종안을 마련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각각 위원회 보고와 내부 보고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 위반시 방송법·IPTV법상 금지행위로 해석"

이번 가이드라인은 논의 초기부터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의 형식을 취한 것은 "민간 사업자의 사적 계약과 관련된 영역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상 '금지행위'로 볼 수 있는지 법해석 지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가이드라인(제3조 가이드라인의 효력)에도 그대로 명시됐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위반했을 때는 방통위는 방송법이나 IPTV법상 금지행위로 보고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 환경 또는 시청자의 권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법 및 IPTV법의 금지 행위 판단 여부에 따라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발굴, 논의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김영관 방송정책국장은 이날 방통위 회의에서 "앞서 입법화된 방송 유지·재개 명령권과 이번 재송신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직권 조정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권 조정권 조항은 지난해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됐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다.

따라서 이번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갈등이 해소되지 않거나 국민의 시청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규제기관의 직권 조정권한 도입 필요성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 종료 6개월전 통지·2주 이내 협상 개시해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업자 또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새로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송신 개시 희망일 또는 계약 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상대방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또 통지받은 사업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주 이내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협상 당사자들은 재송신 대가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 대가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것을 주장할 때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재송신 중지 예정일이 정해질 경우에는 2주전에 기존 가입자에 이를 알려야 한다.

2주의 기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료방송사업자는 가입자에게 통지한 날로부터 2주 동안 해당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계속해야 한다.

◆"지상파재송신 검증 협의체 자문 구할 수도"

가이드라인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사업자가 재송신 협상 또는 계약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당 기간 간격을 두고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음에도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협상 권한을 지난 대표자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 ▲협상을 위한 합리적인 일시 및 장소를 제시하지 않거나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는 경우 ▲단일안만을 강요하는 경우 ▲제시안에 대해 타 사업자들간에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등 불합리한 사유를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이유없이 거부만 하는 경우 ▲다른 사업자와의 재송신 계약을 거부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합의 사항을 문서 형식으로 수록한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상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되며 이면계약 등의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또 재송신 협상시 고려해야 요소로 광고수익, 가시청 범위, 시청률 및 시청점유율, 투자보수율, 방송제작비, 영업비용,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신료, 전송설비 등 송출비용, 홈쇼핑 채널의 송출수수료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지상파방송 및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익구조, 물가상승률,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중도 고려하도록 했다. 다른 지상파 재송신 계약도 대가 산정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지상파방송 및 유료방송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가 재송신 대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지상파 재송신 대가 검증 협의체'의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재송신 산정 공식은 사실상 불가능"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협상시 고려해야할 사항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재송신 산정 방식을 포함하지 않아 실제 협상 과정에서 어느정도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시된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재송신 대가 산정이 수학 공식처럼 대입해서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산정식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상파 재송신은 민간 영역의 일만은 아니다"라며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방송을 국민에게 잘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